[현장] “부활의 희망 따라 한반도가 평화로 치유되길”

입력 2018-05-14 00:01
40여명의 세계개혁교회커뮤니온(WCRC) 실행위원과 한국교회 관계자들이 12일 경기도 파주시 도라전망대에서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남북 대치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나즐라 카삽 WCRC 회장(왼쪽)과 요한 부스만 목사가 육군 1사단 도라교회에서 열린 기도회에서 기도하는 모습.
“비구름이 지난 후 해가 비치듯 한반도에도 평화의 햇살이 비칠 겁니다.”

굵은 빗줄기가 쏟아진 12일, 남북한 분단의 현장인 경기도 파주시 도라전망대를 찾은 외국인들은 희망 섞인 감탄사를 연발했다. 외국인들은 북한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서로 “평화가 임하길”이라고 인사하며 분단의 종식을 바랐다. 이들은 세계개혁교회커뮤니온(WCRC) 실행위원들로, 독일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가나 잠비아 중국 태국 등 22개국에서 온 목회자와 신학자들이다. 실행위원들은 지척에 보이는 북한 땅을 신기한 듯 바라봤다. 이들은 도라전망대 정훈장교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지금까지 이렇게 대치하고 있다”고 설명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실행위원들은 비가 내려 시야가 좋지 않은 데도 망원경에 눈을 대고 한참동안 북녘 땅을 관찰했다. 나즐라 카삽(시리아레바논민족복음총회 소속 목사) WCRC 회장은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현장에서 오히려 평화의 기운을 느꼈다”며 남북 정상회담 이후 찾아온 화해 분위기에 찬사를 보냈다.

카삽 회장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한 말은 모두 ‘부활 신앙’을 향하고 있다”며 “전 세계 교회는 부활의 희망을 따라 한반도가 치유되길 기도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극심한 내전에 빠진 시리아를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시리아의 기독교인들은 한반도의 평화 이후 중동에도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고 있다. 기도해 달라”고 했다.

전망대와 북한 땅 사이가 매우 가깝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하는 실행위원도 있었다. 독일에서 온 게하르트 요한 플렌터 목사는 “남북한 사이의 비무장지대 폭이 4㎞인 건 알고 있었다”면서 “막상 근처에 와 보니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65년 동안 전혀 왕래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행위원들은 20여분 동안 북한 땅을 조망한 후 육군 1사단 도라교회(조도연 목사)로 이동해 기도회를 가졌다. 세계교회 지도자들은 한반도를 비롯해 세계 곳곳의 갈등이 종식되길 위해 기도했다. 기도회를 인도한 한스 레싱 WCRC 신학국장은 “긴 시간 동안 갈라졌던 남북한에 화해의 바람이 불고 평화가 정착되도록 인도해 달라”면서 “전 세계 분쟁의 현장에도 동일한 주님의 평화를 허락해 달라”고 호소했다.

WCRC는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실행위원회를 진행한다. 1989년 서울 연세대에서 총회를 개최한 바 있는 WCRC가 우리나라에서 실행위원회를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실행위원회에서는 평화를 소망하는 세계교회의 바람을 모아 선언문에 담을 예정이다. 크리스 퍼거슨 WCRC 총무 등 세계교회 지도자들은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평양을 방문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조선그리스도교연맹 강명철 위원장 등을 만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세계교회와 남북 교회 사이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파주=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