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우천공연’… 구름관객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입력 2018-05-14 05:03
조용필이 12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데뷔 50주년 기념 공연에서 두 팔을 들고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콘서트가 열리는 내내 공연장엔 비가 내렸다. 조용필은 그동안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 공연을 일곱 차례 열었는데, 우천 공연은 2003년과 2005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였다. 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 제공

“계속 날씨가 좋다가 왜 오늘은 이렇게 비가 오는 겁니까. 아∼ 미치겠어.”

가수 조용필(68)의 한마디에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 4만5000명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진종일 쏟아진 빗줄기에 좌석마다 빗물이 흥건했고 바람도 쌀쌀했지만 관객들은 하나같이 미소를 띠고 있었다. 조용필은 “음악이 좋아서 취미로 시작했는데 이렇게 평생 음악을 하고 있다”며 “여러분이 있어서 50년을 활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2일 조용필의 콘서트 ‘땡스 투 유(Thanks to you)’가 열린 곳은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이었다. 그의 50년 음악 인생을 기념하는 공연이었다. 흰색 우의를 입은 관객들은 조용필의 히트곡이 흘러나올 때마다 ‘떼창’으로 화답하면서 공연 내내 장관을 연출했다.

콘서트는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다. 왜 그의 이름 앞에 ‘가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조용필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때론 묵직하면서도 진득한 탁성으로 수많은 히트곡을 들려줬다. 오프닝을 장식한 신곡 ‘땡스 투 유’를 시작으로 ‘여행을 떠나요’ ‘단발머리’ ‘모나리자’ 등 25곡 이상을 열창했다. 공연 중간엔 빨간 통기타를 잡더니 ‘그 겨울의 찻집’ ‘서울 서울 서울’ 등을 ‘맛보기’로 한두 소절 노래하기도 했다. 조용필은 “(히트곡을) 다하려면 공연을 3일은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화려한 폭죽은 공연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운동장 중간까지 이동하는 이른바 ‘무빙 스테이지’도 볼거리 중 하나였다. 9개 대형 LED 화면에서는 수시로 조용필의 과거 사진이나 영상이 흘러나와 눈길을 끌었다. 조용필은 “(남들은) 무대에 서면 긴장을 한다는데, 나는 아니다. 정말 편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나는 평생 딴따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 곡인 ‘슬픈 베아트리체’ 이후에도 팬들은 “앙코르”를 연호했고, 조용필은 다시 무대에 올라 ‘꿈’ ‘친구여’ ‘바운스’를 열창했다. 그는 “진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수차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공연장을 찾은 명사도 한두 명이 아니었다. 조용필의 중학교 동창이자 배우인 안성기를 비롯해 가수 이선희 윤도현 이승기, 배우 이서진 등이 눈에 띄었다. 조용필의 데뷔 50주년 기념 공연은 대구(19일) 광주(다음 달 2일) 경기도 의정부(다음 달 9일) 등지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