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미 정상의 담대한 합의를 기대한다

입력 2018-05-12 05:00
북한과 미국의 첫 정상회담이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비핵화 담판이다. 누구도 밟아보지 못한 길이자 세계사적인 사건으로 평가할 만하다. 회담 결과에 유일한 분단 국가로 남아 있는 한반도와 7000만 한민족의 운명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측의 최근 기류를 볼 때 회담 전망은 어둡지 않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방북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제안에 김 위원장이 만족감을 표시했다는 대목이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처음 내부에 알렸다는 점도 긍정적 신호다.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북한이 바라는 체제안전 보장 간 빅딜이라는 큰 그림이 그려졌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남은 문제는 비핵화 검증과 이행 방식에 대한 이견 해소다.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조치 주장에 대해 미국은 잘게 쪼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장외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는 점은 협상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선택이 중요하다. 합의 후 실천 단계에서 약속을 깬 전례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과감히 핵 포기 결단을 내리고, 이행 시간표를 제시해야만 생존이 가능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완전한 비핵화 이전 보상은 없다’는 원칙은 견지하되 유연성을 발휘해야만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다. 두 정상이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해 담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길 기대한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하길 바란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비핵화 등 현안을 완전히 매듭지으려면 세 정상이 모여야 한다. 종전 선언을 거쳐 평화협정 체결로 나아가기 위해선 최소한 남·북·미 3자 합의가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핫라인을 통해선 김 위원장을 적극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