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 넥슨에서 각종 특혜를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과 항소심, 대법원으로부터 각각 다른 판단을 받았던 진경준 전 검사장이 11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핵심인 ‘넥슨 공짜 주식’은 무죄로 결정됐다. 항소심(징역 7년)과 검찰 구형량(징역 13년)보다 대폭 낮은 형량이 나온 이유다. 이는 ‘보험 성격의 뇌물은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진 전 검사장은 2005년 친구인 김정주 NXC 대표로부터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매입할 대금 4억2500만원을 받아 주식 1만주를 산 후 이듬해 넥슨재팬 주식 8537주로 바꿔 120억원대 차익을 얻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고 대한항공 측에서 받은 특혜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은 주식 취득 비용을 받은 부분 등을 뇌물로 보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부분을 무죄 취지로 판단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날 선고를 하면서 이례적으로 대법원 입장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장시간 설명했다. 대법원의 결정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읽힌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상고심에서 ‘추상적이고 막연한 기대감만으로는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를 들었다. 김 대표가 재판에서 “친구가 검사였기 때문에 줬다”며 주식을 대가 없이 공짜로 준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진술했는데도 말이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기업인이 친분 있는 판검사에게 금품·향응 등을 지속적으로 제공해도 뇌물죄로는 처벌할 수 없게 된다. 현실에서 오가는 금품 비리와 사법부가 인정하는 뇌물 사이의 간극이 벌어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뇌물 사건이 기존 판례에 따른 것이라면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를 통해 판례를 바꾸는 게 옳다.
[사설] 진경준 ‘넥슨 공짜 주식’ 무죄, 누가 수긍하겠나
입력 2018-05-1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