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조 탈퇴하면 다섯장 주겠다”… 삼성, 가족회유·차별압박

입력 2018-05-11 05:05

삼성전자서비스 경남 진주서비스센터 소속 수리기사들은 사장 김모씨에게서 “노조 가입자들이 일을 안 해서 적자가 난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들었다. 직원 80명 중 과반인 45명이 조합원일 만큼 노조가 강했던 진주센터는 2014년 10월 폐업했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당시 폐업 과정에 삼성전자서비스 본사가 관여한 정황이 포착됐다. 진주센터 관계자는 10일 “사장이 노사 협상 과정에서 ‘폐업을 해도 본사에 위약금을 안 내도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본사와 서비스센터(협력사)는 통상 1년 단위로 도급 계약을 체결한다.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위약금을 내야 하는데 진주센터는 급작스럽게 폐업하면서도 위약금 1억여원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위약금 면제는 본사가 서비스센터의 위장 폐업에 적극 개입한 증거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마산서비스센터 폐업에 앞서 본사 측이 노조 간부를 매수하려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마산센터 노조 분회장이었던 A씨는 “본사 측 인사가 ‘노조를 탈퇴하면 다섯 장을 주겠다’며 회유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A씨의 아내에게도 전화를 걸어 “노조에서 활동하면 경제적으로 힘들지 않느냐”고 얼렀다고 한다.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채용 과정에서 차별을 받은 일도 있었다. 진주와 마산센터가 폐업한 뒤 인근에 설립된 창원서비스센터에서는 두 센터에 소속됐던 수리기사들을 채용하면서 비노조원에게만 면접 일정 등을 통지했다. 노조원들이 항의하자 창원센터는 ‘노조 활동을 그만두면 채용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노조의 가두 투쟁이 한창이던 2014년 3월 한 달 동안 서비스센터 3곳이 줄지어 문을 닫았다. 폐업을 앞두고 이들 센터에서는 ‘물량 떼기’ 등 노조 무력화 전략이 실행됐다고 한다. 본사 측은 2013년 8월 충남 아산서비스센터의 핵심 영업 지역인 배방신도시에 대해 업무 위탁을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감이 줄면서 노조원도 44명에서 20명으로 대폭 줄었다.

경기도 이천서비스센터 사장 김모씨는 노조원에게 일방적으로 휴일 근무를 배정했다. 노조 측은 김씨가 반발하는 조합원들에게 “미친 XX야”라고 욕설도 내뱉었다고 주장했다. 부산 해운대서비스센터 수리기사들도 영업 지역이 줄어들어 생활고를 겪었다.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지난달 30일 A4용지 9장 분량의 ‘위장 폐업 사례 요약’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문건엔 이같이 서비스센터 5곳의 위장 폐업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본사와 협력사 및 노조 관계자 등을 연일 소환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성훈)는 이날 위장 폐업 의혹과 관련해 삼성전자서비스의 최모 전무와 윤모 상무, 공인노무사 박모씨, 부산 동래서비스센터 전 대표 함모씨 등 4명에 대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 전무와 윤 상무는 노조 와해 공작의 컨트롤타워 격인 종합상황실 책임자로서 위장 폐업 등 ‘그린화’(노조 탈퇴) 작업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윤 상무의 구속영장은 한 차례 기각됐다. 노조 파괴 전문업체로 알려진 창조컨설팅 출신인 박씨는 위장 폐업 공작을 직접 실행한 혐의가 있다. 함씨는 노조 설립을 한 달여 앞둔 2013년 5월 본사의 위장 폐업 시나리오에 따라 동래센터를 폐업하고 그 대가로 수천만원을 수수한 혐의가 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