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문수정] 방송가 또 ‘일베’ 물의… 고의 의혹에 파문 확산

입력 2018-05-11 05:04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이 지난 5일 방송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조롱하는 화면을 내보내 물의를 빚고 있다. 뒤늦게 문제를 인식한 MBC는 9일 두 차례 공식 사과를 했고, 최승호 사장이 직접 사죄의 뜻을 전했다. 오세범 변호사(전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특별위원회 위원)가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가 10일 꾸려졌고, 2주간 프로그램을 결방하기로 했다.

MBC가 이 사안을 가볍게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보이고 있지만 비난 여론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제재 조치를 결정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프로그램 폐지’ 청원이 제기됐다.

사회적 분노가 계속되는 것은 이게 실수가 아닐 것이라는 의구심이 강하게 들어서다. 문제가 된 장면은 출연진인 이영자씨가 어묵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세월호 참사 당시 뉴스 특보와 합성한 것이다. 어묵은 극우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회원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조롱하는 데 써왔다. 4년 전 자료화면을 쓴 것, 편집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게 하려는 듯 모자이크된 사진을 내보낸 것 등이 고의라는 의혹을 뒷받침해준다.

방송이 일베가 만들어낸 반(反)인권적 사진을 자료로 써서 물의를 빚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상파 3사가 10여 차례 문제를 일으켰다. 일각에서는 주 단위로 빠듯하게 돌아가는 방송 제작 환경 탓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바빠서’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많은 이들이 바다가 배경인 보도 화면을 보면 세월호를 자연스레 떠올릴 만큼 참사에 대한 사회적 트라우마가 깊다.

제작진이 문제가 된 장면을 찾아낸 네티즌 정도의 인권 감수성과 예민함을 갖췄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정권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비상식적인 보도를 수차례 내보내 희생자 가족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MBC라면 더욱 민감하게 걸러냈어야 했다. 즐거움을 주기 위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우리 사회에 깊은 슬픔을 안긴 세월호 참사를 조롱했다는 데 시청자들이 느낀 배신감은 더욱 크다.









문수정 문화부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