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관파천’ 옛 러 공사관 45년만에 내부 공개

입력 2018-05-10 18:36 수정 2018-05-10 21:51
아관파천의 현장인 서울 정동 구 러시아공사관 자리에는 3층 구조의 탑 건물 하나만 남아 있다. 오른쪽 사진은 10일 언론에 처음 공개된 탑 내부 3층의 모습으로 전망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고종 피신한 ‘아관파천’ 현장 6·25전쟁 후 탑·지하만 남아… 우리나라 최초 서양식 건물
서울 중구, 공사관 복원 추진 3층 서면 정동 일대가 한눈에


근현대 유적이 즐비한 서울 중구 정동길을 걷다 보면 ‘구 러시아공사관’이라 쓰인 표지판을 볼 수 있다. 러시아공사관은 1896년 경복궁에 유폐돼 있던 고종이 피신한 ‘아관파천’의 현장이다. 표지판을 따라 예원학교 옆으로 난 골목길을 올라가면 언덕 위에 러시아공사관 자리가 나온다. 터는 제법 넓은데 좁고 기다란 탑 모양의 흰색 건물 하나만 서 있다. 정동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덩그러니 선 16m 높이의 이 전망탑만이 여기가 역사적 현장이라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10일 오후 구 러시아공사관의 전망탑 내부가 최초로 공개됐다. 11∼12일 ‘구한말 외교와 교육’을 주제로 ‘정동야행’ 축제를 여는 중구청이 대한제국 시기 외교의 중심지였던 구 러시아공사관의 유일한 잔존 건물인 이곳을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1973년 복원된 후 문화재로 관리돼온 이 전망탑이 열린 것은 45년 만이다.

전망탑은 3층 구조로 이뤄져 있다. 내부는 서너 평에 불과할 정도로 좁다. 1층은 지금은 사라진 본관과 이어진 통로 역할을 하고, 3층은 이 건물의 목적이라고 할 전망대다. 창문 하나 외엔 벽으로 둘러싸인 2층의 용도는 확인되지 않는다.

임시로 설치된 가파른 계단을 타고 올라가 3층에 서면 정동 일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3층은 벽마다 두 개씩 반원형 아치창을 냈기 때문에 360도 조망이 가능하다.

중구 문화재관리담당 박대석 주임에 따르면 정동 언덕에 러시아공사관이 자리를 정한 것은 도성 일대를 내려다볼 수 있는 지리적 이점 때문이었다. 주변의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외국 공사관 동향을 살필 수 있었고 덕수궁 안쪽까지도 볼 수 있었다.

구 러시아공사관은 원형이 대부분 손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성을 감안해 1977년 사적 제253호로 지정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건물이라는 건축사적 의미도 가지고 있다. 원래 건물은 벽돌로 된 2층 구조로 한쪽에 탑을 세웠고, 입구에는 개선문 형식의 아치문이 있었다. 이 건물은 한국전쟁 시 폭격으로 파괴돼 탑과 지하공간만 남았고, 1973년 탑 부분만 복원됐다.

중구는 문화재청과 함께 구 러시아공사관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얼마 전 복원을 위한 종합정비계획 용역을 발주했다. 용역 결과가 나오면 복원 형태와 범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박 주임은 “구 러시아영사관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는 상태”라며 “설계도도 국내에 없다. 사진 몇 장이 남아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