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22년간(1981∼2003년) 집권했던 ‘개발독재’ 지도자 마하티르 모하마드(93) 전 총리가 15년 만에 돌아왔다. 야권 지도자로 변신한 마하티르는 과거 자신이 이끌던 집권여당과 싸워 이겼다. 9일 실시된 총선에서 첫 정권 교체를 이뤄낸 그는 10일 밤 국왕 무하마드 5세로부터 새 총리로 공식 임명됐다. 세계 최고령 국가지도자가 된 것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개표 결과 마하티르 세력(야당연합과 1개 지역정당)이 전체 222석의 과반인 121석을 확보했다. 나집 라작(65) 총리가 이끄는 집권여당 국민전선(BN)은 79석을 얻는 데 그쳤다. 195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한 차례도 정권을 내주지 않았던 BN은 61년 만에 실권했다.
모처럼의 접전임에도 정권 교체는 어려울 것이라던 다수의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다. BN은 총선을 앞두고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선거구를 변경하고도 패배했다. BN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농촌에서도 민심 이반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변화를 열망한 젊은층도 야권에 표를 몰아줬다. “말레이시아의 모든 인종과 세대를 가로지르는 쓰나미(지진해일)와 같은 선거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말레이시아 정치전문가 브리지트 웰시는 CNN방송에서 “나집 총리가 문제였다. 그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으면 BN이 이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집 총리는 2015년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거액의 나랏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그의 멘토였던 마하티르도 이 사건 때문에 등을 돌리고 야권에 합류했다. 부가가치세와 비슷한 상품용역세(GST) 도입으로 서민의 생활비 부담이 커진 것도 현 정권의 인기를 떨어뜨린 요인 중 하나다.
마하티르는 나집 총리를 끌어내리기 위해 야당들을 규합하면서 자신이 감옥에 보냈던 정적들과도 손을 잡았다. 그중 한 명이 실질적인 야권 지도자였던 안와르 이브라힘(71) 전 부총리다. 마하티르는 자신의 후계자였다가 정적으로 돌아선 안와르와 지난해 극적으로 화해하고 안와르의 부인 완 아지자(66)를 부총리 후보로 세웠다.
마하티르는 총리직도 앞으로 2년만 수행한 뒤 안와르에게 이양하겠다고 약속했다. 안와르는 말레이시아에선 중죄인 동성애 혐의로 2015년 유죄 판결을 받고 투옥됐고 다음 달 출소할 예정이다. 안와르는 정치적 음해라며 줄곧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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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93세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 ‘컴백’
입력 2018-05-10 21:53 수정 2018-05-10 2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