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韓에 아태지역본부?… 中·美시장 뺀 조직 ‘실효성’ 논란

입력 2018-05-11 05:03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동차협업협동조합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GM 협력 MOU 체결식’에 참석한 베리 앵글(왼쪽 네번째 부터) GM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미소를 짓고 있다. 뉴시스

GM그룹이 한국GM의 경영 정상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설립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와 협력해 국내 자동차부품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에도 나선다. 그러나 중국과 미국을 제외한 아·태 지역본부의 역할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거액의 재정 지원을 받고도 신차 배정 없이 기술협력 강화 등 선언적 수준의 약속만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10일 서울 서초동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서 상호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일단 GM은 MOU를 통해 중국을 제외한 아·태 본부를 국내에 신설하기로 했다. 아·태 본부는 해당 지역 생산 기획을 총괄하면서 본사의 제품 기획과 물량 배정 과정에 참여한다. 이는 한국GM이 아·태지역의 생산·판매와 기술 개발의 핵심 거점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아·태 본부는 싱가포르에 있었지만 지난 1월 중남미 본부와 합쳐지면서 별도 본부가 없었다. 앞으로 한국GM은 연구·개발(R&D)센터와 디자인센터를 활용해 엔진 등 핵심 부품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 자동차부품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와 인력 양성을 위해 글로벌 부품 구매도 지속적으로 늘린다. GM은 현재 한국 부품 협력사들로부터 한국GM과 글로벌 GM 완성차 생산에 필요한 연간 2조원 규모의 부품을 구매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 부품 협력사들의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산업부도 ‘자동차부품 업계 위기극복 지원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미래차 부품과 글로벌 조달 부품, 자동차 핵심 부품 등을 개발하는 국내 업체에 기술 개발 등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MOU 내용을 두고 GM의 한국 체류 의지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단 중국이나 미국처럼 거대한 자동차 시장을 제외한 만큼 아·태 본부의 역할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미국·캐나다와 중국에서 생산한 GM 차량은 각각 247만대, 418만대였고 판매량도 약 300만대와 199만8000대였다. 한국을 포함한 기타지역 생산량은 약 200만대였고 판매량도 모두 합쳐 17만7900여대였다. 이 중 13만2378대가 한국에서 팔렸다.

GM이 선도하고 있는 미래차 분야에서 장기 투자 약속을 받지 못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GM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의 기술 협력을 강화해 한국GM과 부품 협력사들이 핵심 기술 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내 공장에서 미래차를 생산하겠다는 내용은 빠졌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