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 수백 건씩 쏟아져 원내사령탑 경선에 훈수도
정세균 의장에게 비난 불똥 “참담한 심정” 호소 소용없어
“직접민주주의의 새 플랫폼” “대의민주주의 훼손 우려” 팽팽
진영 간 갈등 증폭 가능성 지적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문자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지난 7일 이른바 ‘드루킹 특검’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히자 특검을 반대하는 지지자들이 무차별적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일부터 나흘간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수백 건의 ‘특검 반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한 수도권 의원은 10일 “우원식 원내대표가 이번 주 초 여야 협상에서 특검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힌 직후부터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자 메시지가 쏟아졌다”며 “대부분 ‘특검을 받으면 안 된다’ ‘왜 특검 수용 의사를 밝혔느냐’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11일 열리는 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홍영표 의원을 뽑아야 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은 의원도 많다. 정상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량의 문자 메시지가 들어오자 일부 의원은 ‘특검’을 키워드로 문자 메시지 차단 기능을 설정해 놓기도 했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여야 특검 공방이 계속된 이후 수백 건의 비판·비난 댓글에 시달렸다. 정 의장은 여야 협상이 결렬된 지난 8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썼다. 그러자 ‘말로만 하지 말고 직권상정으로 책임지라’ ‘국민과 대통령 앞에 부끄럽지 않으냐’는 등의 댓글이 200건 이상 달렸다. 정 의장은 다음 날 특검법안과 추가경정예산안 등의 직권상정이 불가능한 이유를 설명하는 글을 다시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글에도 70여건의 댓글이 달렸는데, ‘개풀 씹는 소리 한다’ ‘OOO 의원이 국회의장이 됐었어야 했는데, 아쉽다’는 등 모멸적인 내용의 댓글도 다수 있었다. 정 의장 측은 “입법부 수장으로서 국회 상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국민 오해를 풀어야 한다는 생각에 직접 글을 올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과격한 일부 지지세력의 적극적 의사 표시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통신 기술의 발달로 직접민주주의의 새 플랫폼이 마련됐다는 긍정적 평가와 특정 세력의 정치적 입장만 강조돼 오히려 대의민주주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솔직히 선거 때만 지나면 국민 목소리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국회의원들이 많은데, 문자폭탄 같은 걸 받게 되면 발언에 더 신경을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도 “요즘처럼 지지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오면 의정 활동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한 초선 의원은 “대의제라는 것이 자신을 선택한 지역주민의 의견을 대신해 의정활동을 하라는 건데, 이렇게 특정 정파의 의견만 강하게 개진되면 헌법기관으로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비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직접민주주의로 가는 토양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책임 없는 참여만 늘어나면 오히려 민주주의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도 “뉴미디어의 발전으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진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진영 간 경쟁 심화로 사회적 갈등이 증폭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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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욱 신재희 기자 applesu@kmib.co.kr
與 의원들 “드루킹 특검 반대” 문자 폭탄에 골머리
입력 2018-05-11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