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예수 사랑을 그립니다

입력 2018-05-12 00:00
이선재 작가의 회심 전후 작품인 '여신'(아래쪽)과 '기도'.
이선재 작가와 딸 다원양. 이 작가는 딸의 모습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는다.
조선후기 풍속화가 신윤복의 '미인도'를 동경해온 한국화가 이선재(49) 작가는 2000년대 판 '신(新)미인도'를 만들고 싶었다.

평생 아름다움을 작품에 담겠다는 그의 염원과도 직결됐다. 그에게 아름다움이란 젊고 생명력 넘치는 여성이었다.

관능적인 '여신' 작품들을 선보이며 신미인도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그랬던 그가 180도 달라진 화풍과 함께 오는 16일부터 서울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자녀와 함께 보면 좋은 JOY전'이다.

여신 그림은 온데간데없고, 동심으로 가득한 작품들이었다.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리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바로 ‘회심(回心)’. “예수님의 사랑에 매여 숨 쉬게 된 순간부터 세상 보는 눈이 달라진 거죠. 진정한 아름다움은 육체적인 미가 아니란 사실을 뼛속 깊이 깨달았습니다.”

중앙대 한국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이 작가는 1999년부터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열면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국내 유명 백화점이나 패션기업들과 컬래버전도 진행했다. 돈을 많이 벌었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살았지만 만족함이 없었습니다. 성공에 대한 갈망은 더 커져만 갔습니다. 채워지지 않는 허무함에 친구와 술을 찾았습니다. 어느 날 거울 속에서 출세와 성공에 눈먼 괴물을 봤는데, 그게 바로 저였습니다.”

그러다 식사기도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한 여인을 만났다. 늘 ‘작은 것에 감사하자’고 말하는 여인이었다. 믿음 좋은 그 여인과 뒤늦게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 후 서울 생활을 접고 부산으로 내려왔습니다. 서울에 비해 문화적으로 낙후된 부산에서의 삶은 작가로서의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지요. 그런데도 저나 아내나 불평이 없었습니다. 아내는 이사하고 교회부터 나가더라고요. 결혼한 이상 아내가 믿는 하나님을 저 역시 자의 반 타의 반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작가 부부는 부산 사랑진교회(김현일 목사)에 등록했다. 첫 예배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알 수 없는 눈물이 계속 흐르는 겁니다. 제 마음을 막고 있던 벽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후 예배 때마다 선포되는 말씀을 통해 과거를 반성하고 회개했습니다. 교회 양육반이나 치유부흥회 등에 적극 참여하면서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피조물로 거듭났다. 구원의 확신을 갖게 된 그는 세상이 달라 보였다. 아름다움의 대상이 바뀌었다. 왜곡되지 않은 하나님의 창조세계, 아이들의 웃음과 순수한 동심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는 올리브유처럼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기쁨의 존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을 그리기 위해 유행처럼 작가들 사이에서 번져버린 캐릭터적인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하나님이 창조하신 그대로의 아름다움들, 특히 울고 웃는 아이들의 다양한 표정과 행동을 보게 됐습니다. 하나님은 어떻게 이런 섬세한 표정을 만드셨을까요. 손바닥 면적밖에 되지 않는 작은 얼굴에 담긴 다양한 모습 속에서 창조주 하나님의 아름다운 작품을 봅니다.’(2018 작가노트 중에서)

부산미술협회 회원이면서 울산대 객원교수인 이 작가는 부산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오는 16∼21일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 29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부산 수영구 금련산갤러리, 7월엔 울산 남구 갤러리한빛에서 JOY전을 이어간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