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해도 언제든 깰 수 있다” 메시지… 정상회담 앞두고 北 강하게 압박
北 “미국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 확고한 체제 보장 위해 강공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 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가 북한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영구적인 비핵화(PVID)에 못 미치는 협상이라면 할 필요가 없고, 합의하더라도 이행 과정에서 언제든 깰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간접적인 대북 압박인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불신을 더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란과 북한 핵 문제는 직접 관련이 없다. 그러나 이란 핵 협정 탈퇴 이후 트럼프 행정부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일정부분 연결고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9일 “북·미 정상회담 조율 막판 미국은 더 높은 수준의 비핵화를 얻어내기 위해 북한을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의 요구 사항, 기대에 충족하지 않는 협정은 파기할 수 있음을 직접 보여줬기 때문에 북한을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무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도 “트럼프 대통령은 ‘불완전한 비핵화라면 북한과 합의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그는 “북·미 정상회담의 판은 깨지지 않을 것이고 합의는 굉장히 포괄적으로 나올 것이기 때문에 회담 자체는 성공할 것”이라며 “이행 과정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 영국 등 주요 6개국과 이란이 2015년 7월 타결한 JCPOA는 핵 활동 제한과 경제·금융 제재 해제를 주고받는 개념이다. 이란과의 협상은 핵 무기화를 차단하는 비확산 차원이었다. 이미 6차례 핵실험을 하고 지난해 11월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과의 협상은 더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미국 내에선 북·미 정상회담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협상 상대로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마이클 헤이든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뉴스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와의 합의가 중요하지 않다고 결론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북한과의 핵 담판을 위해 내줘야 할 카드가 더 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약속 파기를 빌미로 ‘우리가 미국을 어떻게 믿느냐’며 강공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 입장에선 체제 안전 보장을 확고히 받아낼 수 있는 호재”라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의 JCPOA 탈퇴에 대해 “정부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이란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며 “미측의 향후 조치가 우리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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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핵협정 파기는 “PVID 아니면 안해” 대북 경고
입력 2018-05-10 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