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최종구 “삼바 사전통지 공개로 시장 혼란”

입력 2018-05-10 05:01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최 위원장과 윤 금감원장은 한목소리로 금융감독 분야의 독립성 강화와 정책업무 협력을 강조했다. 뉴시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잇따라 금융감독원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조치’가 미리 공개돼 시장 혼란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다만 핵심은 분식회계 여부이고, 최종 결정을 기다려봐야 한다고 했다.

또 최 위원장은 금융회사의 계열사 주식 소유 문제에서 삼성 등 특정그룹을 겨냥한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해소는 “시대적 요구”라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9일 tbs라디오에 출연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시장 혼란을 부른 건 사실”이라며 “절차를 잘 마친 다음 공개됐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김 부총리 말이 일리가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 개선방안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단 “금감원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했다고 하니 그렇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사전 공개의 옳고 그름보다는 분식회계냐 아니냐가 핵심이라고 지목했다. 금융 당국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을 대심제로 진행할 방침이다. 금감원과 회사 측 입장을 함께 듣는다. 오는 17일 열리는 감리위원회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앞서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의 경우 감리위만 세 번 열렸다.

최 위원장은 감리위와 증선위 위원이 과거 삼성그룹 용역을 수행하는 등 이해관계가 있었을 경우 안건 심의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다. 공정성을 위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개인 투자자들은 회사와 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또 금융회사의 계열사 주식 소유와 관련해 삼성생명이 스스로 개선안을 가져오면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는 자산의 삼성전자 쏠림, 재벌 개혁 등과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시장 리스크, 재벌그룹의 지배구조 문제가 동시에 얽혀 있다는 뜻이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27%를 보유하고 있다.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상당부분을 팔아야 한다. 최 위원장은 “삼성생명 총자산 중 주식비중이 14%인데 다른 생명보험사들은 0.7%”라며 “주식 가격에 변동이 있을 경우 충격이 다른 보험사들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금융위는 소비자보호 강화의 첫 번째 분야로 보험을 선정했다. 보험청약서, 상품설명서 등에 등장하는 용어를 전부 쉬운 말로 바꿀 계획이다. 보험금 지급거절 사유 등을 약관에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은 보험 상품의 경우 판매를 중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한편 최 위원장은 윤석헌 신임 금감원장이 취임식에서 금융 감독의 독립을 강조한 것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그렇게 운영되도록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금융위와 선긋기는 언론에서 쓰는 용어”라며 “금융위와 어떻게 선이 그어지겠나. 정책 업무는 금융위 혼자 할 수 없고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과 윤 원장은 이날 상견례를 갖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