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사주일가 ‘탈세·통정거래’ 수사… 혹시 경영권 승계 때문?

입력 2018-05-09 21:06 수정 2018-05-09 23:38

LG그룹 사주 일가의 탈세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LG그룹 총수 일가가 소유하고 있던 계열사 주식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100억원대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를 포착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검사 최호영)는 9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의 ㈜LG 재무팀 등을 압수수색했다. ㈜LG는 LG그룹의 지주회사로 재무팀은 대주주의 지분 및 세금 관리 부서로 알려졌다. 그간 LG는 권력형 비리 의혹 등으로 수사 선상에 오른 적은 있지만 총수 일가 비리 관련 의혹으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기는 처음이다.

국세청은 LG그룹 총수 일가의 주식변동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세금이 제대로 납부되지 않은 정황을 포착해 관련자들을 지난달 말 검찰에 고발했다. 피고발인에는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을 비롯해 LG그룹 3·4세 및 임원, 특수관계인 등 10여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찰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고발 명단에 올라 있지 않다고 밝혔다.

검찰은 LG 계열사의 대주주인 사주 일가가 집안끼리 서로 주식을 거래해 놓고 이를 일반 거래처럼 꾸민 정황을 포착했다. 특수 관계인끼리의 거래에서 붙는 할증 과세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구본능 회장의 경우 대리인을 내세워 편법으로 주식을 양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를 위해 LG 총수 일가가 통정거래를 한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정거래는 매수인과 매도인이 사전에 가격을 정해 놓고 일정시간에 주식을 서로 매매하는 것을 말한다.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게 해 시장을 혼란시키고 부당이익을 취하기 때문에 증권거래법상 금지돼 있다.

검찰은 LG그룹 총수 일가가 경영권 승계자인 구광모 상무 등에게 ㈜LG 지분을 넘기는 과정에 이 같은 탈세가 이뤄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재무팀을 압수수색한 것도 그룹이 조직적으로 탈세에 동원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구 상무는 ㈜LG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다른 친인척들이 ㈜LG 지분을 매각하는 동안 구 상무 지분은 2006년 2.75%에서 지난해 기준 6.24%까지 증가했다.

재계에서는 총수 일가 이슈가 거의 불거지지 않았던 LG그룹에 대한 이번 압수수색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재계에서 첫 소통상대로 삼은 곳이 LG였다. 다른 그룹들과 달리 총수 일가의 일탈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LG그룹 역시 검찰의 압수수색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총수일가 탈세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기업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LG그룹 관계자는 “일부 특수 관계인이 시장에서 주식을 매각하고 세금을 납부했는데 그 금액의 타당성에 대해 과세 당국과 이견이 있었다”면서 “검찰 수사는 그에 따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황인호 권기석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