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한 달 ‘유병력자 실손보험’ 선전… 5만건 육박

입력 2018-05-11 05:05

갑상선 항진증약을 복용하는 A씨(55)는 지난 3월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려고 했지만 보험사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보험사에서 실손보험 가입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3개월 이내에 약을 복용했는지’라는 항목에 걸렸다. 하지만 최근 A씨는 실손보험에 가입했다. 지난달부터 A씨 같은 유병력자를 위한 실손보험이 출시됐기 때문이다.

경증 만성질환이나 치료 이력이 있는 유병력자도 이용할 수 있는 유병력자 실손보험이 주목을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유병력자 실손보험이 출시 한 달 만에 4만9315건 판매됐다고 10일 밝혔다. 지난달에 팔린 일반 실손보험(11만3151건)의 43.6% 수준이다.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일반 실손보험보다 가입 심사 조건을 완화한 것이 특징이다. 일반 실손보험의 경우 3개월 이내에 수면제나 진통제 등 약물을 상시 복용했는지 여부를 심사하지만 유병력자 상품에선 보지 않는다. 일반 실손보험에선 5년 이내 10대 질병(암 백혈병 고혈압 당뇨병 등)이 발생했는지를 따지지만, 유병력자 보험에선 5년 이내 암 발생 여부만 본다. 이밖에 현재 임신을 했는지, 언어나 정신·신체 등에서 장애가 있는지 등도 심사 항목에서 제외됐다.

약을 복용하면서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있는 사람도 유병력자 실손보험에 가입 가능하다. 금융위에 따르면 기존 노후 실손보험의 가입 거절 사유 가운데 ‘투약 문제’가 57.4%나 차지했다.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가입 대상자를 최대한 넓히기 위해 투약 여부를 보장 범위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만성질환자는 유병력자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대신 약값은 보장받을 수 없다.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약값을 제외하고 대다수 질병·상해에 따른 진료행위를 보장한다. 지난해 4월 출시된 일반 실손보험 기본형(착한 실손의료보험)의 보장 범위와 같다. 착한 실손보험은 과잉진료 가능성이 큰 3개 진료군(도수치료, 비급여 주사제, 비급여 자기공명영상)을 특약으로 따로 분리하는 대신 보험료를 낮췄다. 금융위 관계자는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보장범위에 3개 비급여 특약을 포함시키면 보험료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뺐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일반 실손보험이나 노후 실손보험보다 자기부담금과 보험료가 높다. 급여 항목의 경우 일반 실손보험과 노후 실손보험은 자기부담금이 각각 10%, 20%에 그치는 반면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30%에 이른다. 보험료의 경우 만 50세 기준으로 일반 실손보험은 평균 3만5812원이지만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5만4573원이다.

유병력자 실손에 가입하려면 이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 7곳(현대해상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에 직접 문의하면 된다. 가입 연령은 만 5∼75세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