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청·사업소·출연기관 노동자 민원 응대 통화 의무적 녹음… 일방적 사과도 금지시켜
행정의 최일선에서 악성민원이나 폭언을 감당하면서 근무하고 있는 감정노동 종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처음 나왔다.
서울시는 본청과 사업소, 투자·출연기관에서 민원 접수나 상담, 안내, 돌봄서비스 등에 종사하는 감정노동 종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서울시 감정노동 보호 가이드라인’을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마련해 시행한다고 9일 밝혔다.
감정노동이란 고객이나 민원인을 상대하면서 늘 친절함을 유지해야 하는 근무 형태로 업무 특성상 폭언이나 폭행, 성희롱, 악성민원, 업무방해 등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지만 상대에게 항의하기도 어려운 처지에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약 740만명, 서울에만 최대 260만명이 감정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 감정노동 보호 가이드라인’은 감정노동자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청사별로 별도의 휴게 시설을 마련하도록 했으며, 민원 응대 통화는 의무적으로 녹음하도록 했다. 또 악성민원 응대 후엔 30분 이상의 휴식시간을 보장하도록 명시했다. 민원처리상 합리적 이유가 존재하는 경우 감정노동 종사자의 일방적 사과를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고객(민원인)의 폭언, 성희롱, 폭행, 업무방해를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업무 중 금지행위 발생 시 고객과 분리, 휴식 보장, 치료 및 상담 지원, 법적 조치 등 4단계로 보호조치를 가동하도록 한 게 핵심이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산하 전 기관에 배포했다. 각 기관은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실정에 맞는 세부 매뉴얼을 오는 8월까지 수립해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가장 먼저 작성된 ‘서울시일자리센터 감정노동종사자 보호 11대 지침’을 보면 ‘상급자의 관리의무’ 항목에 “갈등 발생 시 감정노동자의 일방적인 사과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또 “금지행위 발생 시 감정노동종사자는 민원인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고 해 업무중지권을 허용했다.
서울시는 내년에는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을 민간위탁사업장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감정노동종사자 무료 심리상담’도 진행한다. 심리상담가와 1대1 대면상담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박경환 서울시 노동정책담당관은 “감정노동 종사자의 건강을 지킬 사업주의 조치를 의무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면서 “2016년 지자체 최초로 ‘감정노동 종사자 권리보호 조례’를 제정한 서울시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공기관에서 모범사례를 만들고 민간으로의 확산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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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자, 악성민원 대응 후 30분 휴식
입력 2018-05-10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