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폼페이오 ‘억류자·회담 의제’ 다 가져오나

입력 2018-05-09 18:59 수정 2018-05-09 21:50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평양을 다시 찾은 9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 군사정전위 회담장을 국내외 기자들이 둘러보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북에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 시기와 장소, 의제를 최종 조율하고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과 함께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북·미 정상회담 뼈대 구축 후 억류 미국인 3명과 귀국 전망
北 김영철과의 오찬서 “적국에서 이제 협력 준비”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시사
방북 전 “우리의 목표 달성 前 제재 완화하지 않을 것” 밝혀


마이크 폼페이오(사진) 미국 국무장관이 9일 평양을 재방문하면서 북한 측과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에 대한 최종 조율은 물론 비핵화 대상과 수준 등의 회담 의제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절충을 시도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아울러 북한과의 회담 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과 함께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 지도부가 초청해 북한을 가게 됐다”고 공개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동 가능성 및 방북 성과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지난달 초에도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났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전용기편으로 오전 평양에 도착한 뒤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오찬을 같이했다고 AP통신이 평양발로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부위원장에게 “수십년간 우리는 적국이었다”면서 “하지만 지금 우리는 북·미 간 위협을 없애고 양 국민이 받을 자격이 있는 모든 기회를 누리도록 함께 협력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는 북한이 그동안 요구해온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부위원장을 ‘훌륭한 파트너’라고 부르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은 “최근 우리의 정책 변화는 국제사회의 제재 때문이 아니다”면서 “미국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는 데 있어 아주 큰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워싱턴DC 외곽 앤드루공군기지에서 출발한 폼페이오 장관은 중간 기착지인 일본 요코타 공군기지로 이동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 브리핑을 갖고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뼈대를 세우기 위해 몇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고 방북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기 전에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先) 핵 폐기 입장을 고수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밝힌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반대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작은 것을 얻기 위해 경제적 압박을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김 위원장이 원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성과로 이어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과 미국의 안보환경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역사적인 이번 회담의 조건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를 성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회담 장소도 중요하며, 회담을 얼마나 오래할지도 정해야 한다”고 말해 회담 장소와 기간이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당일치기가 아니라 회담을 1박2일 이상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을 수행 중인 국무부 관계자는 별도로 브리핑을 갖고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핵탄두와 이동수단의 대량생산을 선언했고, 불과 1년 전에 제3국에서 이복형을 독살하기 위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며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북에서 김 위원장이 실제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알아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인 억류자 석방 여부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 모두 석방을 강력히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방 여부는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옳은 일을 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CNN방송과 워싱턴포스트, 로이터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폼페이오 장관이 억류된 미국인 3명과 함께 귀국할 가능성이 높다고 석방을 기정사실화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