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롯데케미칼, 석유화학 신사업에 2조7000억 또 베팅

입력 2018-05-09 20:17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왼쪽부터)이 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석유화학 신사업 투자합의서 체결식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제공

HPC 신설 투자 합의서에 서명 2014년에 이어 두번째 ‘합작’
정유-유화 회사의 장점 결합 NCC보다 年 2000억 원가 절감…상업 가동 시점 2021년 말 목표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2014년 합작회사 현대케미칼을 설립한 데 이어 2조7000억원을 투입하는 초대형 석유화학 신사업을 위해 다시 손을 잡았다. 정유사와 석유화학사의 장점을 결합해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는 포석이다.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대표와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는 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HPC 신설 투자합의서에 서명했다. HPC는 중질유분을 주원료로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같은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나프타를 원료로 쓰는 기존 NCC보다 원가를 절약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신설할 HPC는 나프타 투입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대신 나프타보다 싼 탈황중질유, 부생가스, 액화석유가스(LPG) 등 정유공장 부산물을 60% 이상 투입해 원가를 더욱 줄였다. 이 중 나프타보다 20% 이상 싼 탈황중질유는 현대오일뱅크를 포함해 전 세계 3개 정유사만 생산하고 있을 정도로 희소하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HPC를 통해 기존 NCC 대비 연간 2000억원 정도의 수익성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공동 투자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두 회사는 2014년 5월 1조2000억원을 들여 합작법인 현대케미칼을 설립해 2016년 11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콘덴세이트를 정제해 혼합자일렌과 경질나프타를 생산하는 현대케미칼은 지난해 267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번 투자 역시 현대케미칼에 대한 추가 출자 형태로 이뤄진다. HPC 상업가동 시점은 2021년 말로 잡았다. 상업 가동 이후 연간 폴리에틸렌 75만t, 폴리프로필렌 40만t을 생산할 계획이다. 제품 대부분을 수출해 연간 3조8000억원의 수출 증대 및 6000억원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 대표는 “사업다각화를 통한 종합에너지기업 비전 달성에 역사적인 획을 그을 것”이라며 “비정유부문 영업이익 비중이 지난해 33%에서 2022년 45% 이상으로 확대된다”고 예상했다. 김 사장도 “정유사와 화학사의 장점을 결합해 국내 최초의 정유-석유화학 합작 성공 사례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투자는 정유업계의 비정유부문 투자 흐름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앞서 GS칼텍스는 지난 2월 전남 여수에 2조원대 석유화학시설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국내 정유업계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실적 변동이 크고 성장 가능성이 적은 정유부문 대신 석유화학 등 비정유부문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