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나왔다고… 가짜 영상 유포에 떠는 이라크 여성 후보들

입력 2018-05-10 05:05
이라크에서 오늘 12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총선을 앞두고 여성 후보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영국 경제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신체 일부가 노출된 사진이나 진위가 불분명한 ‘섹스 동영상’ 유포 등이 여성 후보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고 전했다.

아랍권에서 몇 안 되는 민주국가인 이라크에서 여성 정치인에 대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는 의석 할당제다. 이라크는 전체 329석 중 최소 25%를 여성에게 배정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선거에서 충분한 표를 얻지 못해도 83석까지는 여성에게 돌아간다. 이 때문에 현직 여성 의원이나 후보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올해 총선에 출마한 여성은 전체 후보의 37%인 약 2600명이다.

선거 유세에 돌입한 지난달부터 여성 후보의 포스터에서 얼굴이 찢겨나가거나 온라인에 노출 의상을 입은 여성 후보들의 사진이 떠돌기 시작했다. 하이더 알-아바디 총리와의 선거 동맹을 통해 출마한 여성 후보 인티다르 아메드 야심은 섹스 동영상 논란으로 하차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에는 야심으로 보이는 여성이 한 남성과 침대에 있는 장면이 포함돼 있었다. 야심은 가짜 영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동영상은 그동안에도 여성 후보에게 타격을 주거나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협박하는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

문제는 능력 있는 여성들이 선거 과정에서 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후보에서 물러난다는 점이다. 유엔 이라크 특사 얀 쿠비스는 “(여성 후보에 대한 공격 이면에는) 지적 능력과 힘, 자격, 용기, 열린 마음을 가진 여성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