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혁명’ 이끈 야권 지도자 아르메니아 새 총리에 선출

입력 2018-05-09 19:17
사진=신화뉴시스

6주 전만 해도 그를 따라나서는 이는 드물었다. 직접 도시와 마을을 오가며 대통령의 장기집권 시도에 함께 맞서자고 호소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두려워하고 있었다. 10년 전 비참히 패한 투쟁의 기억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는 너절한 개구리무늬 옷을 걸친 채 쉬지 않고 걸으며 함께하자고 외쳤다. 용기를 얻은 사람들은 하나둘씩 거리로 나왔다. 행렬은 곧 물결이 되고, 파도가 돼 광장을 휩쓸었다.

서아시아의 작은 나라 아르메니아에서 비폭력 반(反)정부 투쟁을 이끈 정치인 니콜 파쉬냔(42·사진)이 새 총리가 됐다. 아르멘프레스 통신은 8일(현지시간) 파쉬냔 시민계약당 의원이 의회 투표 결과 찬성 59표, 반대 42표로 임시 총리로 선출됐다고 보도했다.

파쉬냔은 반정부 투쟁을 처음부터 주도했다. 임기 중 내각책임제로 개헌한 세르지 샤르키샨 대통령이 임기 종료 뒤 총리로 취임해 집권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히면서였다. 파쉬냔은 이에 지난 3월 31일부터 국토를 횡단하며 반정부 시위에 나서자고 시민들에게 촉구했다. 그는 지난달 22일 샤르키샨과 시위대 대표로서 직접 회담에 나섰다가 같은 날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파쉬냔은 현지 신문에서 일한 언론인 출신이다. 샤르키샨이 당선된 2008년 대선 뒤에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비폭력 시위를 주도했다가 수배생활을 했다. 당시 시위는 야밤을 틈탄 경찰의 폭력 진압에 시민 10명이 사망하면서 실패로 끝났다. 파쉬냔은 2009년 자수한 뒤 2년간 감옥생활을 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