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교회 닮은 사랑의 공동체, 복음으로 생명 살린다

입력 2018-05-10 21:01
새누리교회 운영위원 임원들이 주일 예배 후 자리를 같이했다. 앞줄 오른쪽 여섯 번째부터 오세준 담임목사, 초대운영위원장 이상운 장로, 전 운영위원장 백병령 장로 등이다. 새누리교회 제공
오세준 목사가 건강한 교회의 바른 지향점을 모색한 ‘한국교회의 동상이몽’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새누리교회 제공
새누리교회의 지난해 추수감사절 예배 장면.
성도들이 지역 내 경로당을 찾아 다과를 전달하고 기도하는 모습.
서울 영등포구 새누리교회는 새로운 교회를 지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평신도들이 먼저 교회를 세운 뒤 목회자를 초빙했기 때문이다. 새누리교회가 최근 ‘한국교회의 동상이몽(은혜와말씀사)’을 출간했다. 교회가 그동안 겪어온 건강한 교회 만들기 경험을 담아 한국교회의 갱신을 요청하는 책이다.

“새누리교회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책입니다. 초대교회를 닮은 건강한 교회가 되겠다는 성도들의 염원에 부응해 목회해온 11년간의 기록이자, 본질에서 벗어났거나 왜곡된 신앙생활의 문제점을 담아봤습니다.”

책의 저자인 오세준 담임목사는 “성도들이 먼저 집필을 제의하고 격려해줘 수년간 정리했다”면서 “미흡하지만 이제야 선을 보이게 됐다. 우리 교회의 목회 지향점과 사역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게 돼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총 11장으로 된 ‘한국교회의 동상이몽’은 10장까지 오늘날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목회적·사역적 고민을 되짚어 보고, 성경적이고 바람직한 것인지를 차곡차곡 점검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복음적인가를 살펴본 1장을 시작으로 교회직분과 역할, 헌금 이해하기, 교회공동체 세우기, 바른 예배, 세상과 소통하는 교회 등 교회의 현실적이고 세부적인 부분들을 다루고 있다.

“교회공동체가 개인의 꿈을 이루는 곳이 아니라 주님이 원하시는 삶, 제자로서의 삶을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동상이몽이 됩니다. 교회는 갑과 을이 존재할 수 없는데 존재하고 있고 왜곡된 헌금관과 잘못된 직분자의 역할 등 한국교회가 새롭게 다듬어져야 할 부분이 참 많습니다.”

오 목사는 “새누리교회가 초기 5년은 내부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기간이었고 이제야 성도들이 원하는 교회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 같다”며 “60페이지 분량의 새누리교회 가이드북이 정관조차 없었던 많은 교회들에 지침이 됐는데 이 책도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책이 밝히는 건강한 교회의 기준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교인들이 생각하는 건강한 교회란 재정이 투명하고 정직하고, 모범적인 목회자가 있는 교회, 선교와 구제, 봉사를 많이 하는 교회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평가를 받는 교회들에서도 재정 비리가 터지고 분쟁이 발생하며 목회자 사생활이 떠오르곤 한다. 이런 교회라고 율법주의와 기복주의, 인본주의와 신비주의 등 비복음적 요소가 없으란 법이 없다. 결국 건강한 교회의 가장 중요한 판별 요소는 ‘복음의 본질에 서 있느냐 아니냐’로 가름돼야 한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건강한 교회는 참 복음 위에 세워져 신자 개개인을 건강하게 양육하고 바른 제도 안에 공동체를 이루는 것인데 가장 완벽한 것이 초대교회 공동체였습니다. 사도행전과 바울서신에서 초대교회의 본질과 모습을 배울 수 있습니다. 건강한 교회로 회복하려면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하기에 결코 쉽지 않습니다. 멀고도 험한 길입니다.”

오 목사는 “개혁적인 건강한 교회를 표방한 새누리교회조차 기존의 가치관을 내려놓고 비우기가 쉽지 않았다”며 “교회개혁과 건강성은 교회성장의 수단은 아니지만 건강해지면 결국 성장하리라 믿는다”고 했다.

새누리교회는 11년 전 160여명의 평신도들이 모여 새로운 목회를 지향하는 교회지침을 만들고 오 목사를 초빙해 한국교회 목회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새누리교회는 목회자와 당회 중심의 기존 운영과 달리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성도들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위원장 양재붕 장로)를 통해 교회의 모든 의사를 결정하고 있다. 교회재정도 운영위원회가 관장해 결산내용을 공개하고, 담임목사는 설교와 양육에만 집중한다.

오후 예배를 소그룹 모임예배로 전환, 식탁교제를 통해 은혜를 나누고 결속을 다지며 한 주간 토론을 통해 코이노니아가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철저한 직분 임기제를 실시해 신임을 묻고 그 역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 담임목사와 장로는 6년, 권사는 3년 후 신임투표를 실시하고 성도가 300명 이상이 되면 교회를 분립하는 것을 명문화했다.

새누리교회 창립멤버로 초대운영위원장인 이상운 원로장로는 “초기엔 새로운 시도가 버겁기도 했지만 지난 11년간 새누리교회 공동체가 한국교회 개혁의 작은 불씨가 돼 민족복음화에 조금이라도 기여했으면 한다”며 “아직 부족하지만 향후 10년을 더 열심히 하면 바른 교회공동체 문화가 안착되리라 믿는다”고 했다.

또 “새누리교회 성도는 모두 주인의식을 갖고 교회행사나 모임에 적극 참여할 뿐 아니라 상호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교회공동체 문화가 건전하게 자리잡으면서 건강한 목회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새누리교회는 모든 성도가 들여다 볼 수 있는 투명한 재정과 소그룹별 교제가 특징이다. 예배 후 소그룹에서 각기 장만해온 음식을 나누며 성도들은 주 안에서 한 가족이란 교회의 본질을 확인하게 된다. 또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사랑을 나누는 교회로 유명하다. 오 목사와 성도들은 지역사회 속으로 자연스레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다 동네 경로당 어르신들을 찾아 다과를 전달한 뒤 전도는 하지 않고 인사만 드렸다.

이에 어르신들도 서서히 마음을 열었고, 이제 안 찾아오면 서운해 할 정도로 훈훈한 사이가 됐다. 이제는 대림3동 여러 경로당을 모두 방문, 지역공동체와 호흡을 함께하는 교회로서의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새누리교회가 위치한 대림동은 조선족과 중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다. 대림3동만 해도 많은 다문화가정이 있다. 이들을 돕는 방법을 생각하다 피아노교실을 열어 어린이 대상 무료강습을 시작했다. 장학금도 주고, 분기마다 교사와 함께 야외 현장학습도 다녀온다.

양재붕 장로는 “지역을 섬기는 교회란 이미지를 보여줌으로 전도에도 도움이 되고 기독교 이미지도 좋아지는 것 같다”며 “아직 인적·물적 자원이 약한 새누리교회지만 이 가운데 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나섬으로 성도들이 자긍심을 갖는 것 같다”고 했다.

새누리교회에는 새벽기도회가 없는 대신 ‘가정기도회’가 있다. 매일 저녁 온 가족이 모여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한다. 이를 위해 오 목사가 매주 성경 본문과 해석 적용 기도제목을 담은 교재를 나누어 주고 있다. 여기에다 말씀묵상일기를 쓰도록 권유한다. 매일 일기 형식으로 자신이 묵상한 내용을 정리하고 깨달음이나 영적 감동을 적어 스스로의 신앙이 변화, 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복음의 본질에서 벗어나 세속화되는 한국교회를 안타까워하던 성도들이 만든 교회가 바로 새누리교회입니다. 시행착오를 거쳐 스스로의 정체성을 잡아 그 모습을 나누고 공개할 수 있어 감사하며 이 공동체를 세우시고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립니다.”

올해 목회사역 35주년을 맞는 오 목사는 군목 출신으로 11년간 육군 군목으로 사역하다 소령으로 제대했다. 김포에서 교회를 개척해 10년간 사역하며 성전까지 지은 다음 2007년 새누리교회에 부임했다.

“주님이 새누리공동체를 만나게 하셔서 복음적 건강한 교회에 대해 눈을 뜨게 하셨고 저의 35년 사역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개혁적이며 건강한 교회를 세워나가는 데 더욱 헌신하겠습니다.”

오 목사는 “아직 새누리교회가 성도 수가 많지 않고 개혁과 변화의 시도 역시 한국교회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지만 그 시사하는 바는 컸다고 본다”며 “바른교회, 건강한 교회를 향한 새누리교회의 목회실천은 현재진행형”이라고 했다.

많은 교회들이 정관을 만들 때 참고서처럼 사용하는 새누리교회 가이드북에는 ‘교회와 이웃을 섬기는 사랑의 공동체를 세우며 복음으로 생명을 살린다’는 사명선언문이 수록돼 있다. 새누리교회 전 성도는 이 메시지 실천과 함께 ‘예배 선교 훈련 봉사 친교’의 5대 비전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다.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