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이란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선언하면서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는 것은 물론 핵 문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에게 이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북핵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란핵협정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5년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6개국과 이란이 체결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국제협정이다. 이란은 핵 개발을 포기하고 6개국은 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이란핵협정이 불충분한 합의라며 폐기를 공언해 왔지만 이란을 비롯한 협정 참여국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핵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을 재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도 이런 상황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의 이란핵협정 탈퇴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의 조치는 미국이 더는 공허한 위협을 하지 않는다는 중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나는 약속하면 지킨다”라고 말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불충분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시그널을 북한에 보내는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메시지는 대통령이 진짜 거래를 원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란의 중·단거리 미사일이 예멘 등 중동 분쟁지역에 여전히 광범위하게 수출되고 있으며 일부는 핵탄두 장착용으로 개조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심분리기는 10년, 고농축 우라늄과 무기급 플루토늄은 15년이 지나면 규제가 풀리게 돼 있어 미국은 이란의 핵 재개발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이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우려와 일맥상통한다.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와 ‘PVID(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를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는 상호 신뢰가 중요하다. 트럼프의 이란핵협정 일방 파기는 국제사회가 동참한 핵 합의를 불과 3년도 되지 않아 후임 행정부가 뒤집는 선례를 남긴 것이다. 핵을 폐기하는 대신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을 바라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언제든지 합의를 깰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할 수 있어 걱정된다. 북한은 분명한 체제보장과 경제지원 조치를 요구하며 핵폐기를 늦추려 할 수도 있다. 미국은 북한에 어떻게 신뢰를 심어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북한도 이란의 사례를 교훈삼아 완전한 핵폐기에 대한 믿음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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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국의 이란핵협정 탈퇴, 남의 일이 아니다
입력 2018-05-10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