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 남북·삐걱댔던 협치·아쉬웠던 인사… 文정부 1년

입력 2018-05-09 05:01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초심을 지켜나가자”고 당부했다. 청와대 제공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왼쪽 사진)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문재인정부의 지난 1년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상전벽해’라고 할 만한 남북 관계 변화와 ‘내로남불’ 논란 속에 협치가 사라진 국회, 그리고 정권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불거졌던 ‘인사 논란’ 등으로 정리된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통해 남북 관계에 진전을 이뤄냈지만 불협화음이 계속됐던 국회 상황,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인사 문제는 정권 성공을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라는 평가다.

전쟁위기서 비핵화·평화체제로… 한반도 ‘화해의 운전’

문재인정부 출범 1년 동안 남북 관계는 전쟁 위기에서 화해 분위기로 급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이 천명한 ‘한반도 운전자론’을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결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다.

문 대통령 취임 초기 남북 관계는 요동쳤다. 북한은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며 한반도의 긴장감을 키웠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계속된 도발에도 지난해 7월 독일에서 한반도 평화 구상을 담은 ‘베를린 구상’을 발표했다.

북·미 갈등이 커지면서 한반도 전쟁 위기가 고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북한은)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경고에도 북한은 9월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한반도 운전자론’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문재인정부는 일관된 입장이었다. 6차 핵실험 이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등을 제안했다.

올해 들어 상황이 급반전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남북 대화 용의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환영 입장을 내놨고, 남북은 고위급 회담을 열었다. 2월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문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 친서를 전달했다.

문재인정부는 남북 화해무드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한 대북 특사단이 평양을 방문해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하고 ‘완전한 비핵화’가 포함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삐걱댔던 협치… ‘내로남불’ 정쟁에 국회는 연속 충돌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 다당제와 여소야대 구도였던 국회 상황은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녹록지 않았다. 정부 출범 직후부터 이어진 인사청문회와 각종 개혁법안·예산 처리 등을 위해서는 야당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해 ‘협치’가 여의도 정가의 주요 이슈로 부각됐다. 그러나 지난 1년간 국회에서 협치는 실종됐고, 여야가 극명하게 뒤바뀐 입장 차이를 공격의 소재로 활용하는 ‘내로남불’식 정쟁만 되풀이됐다.

특히 인사 문제에서 내로남불 공방이 치열했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전부터 인사 5대 원칙(병역 기피,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을 내세웠다.

그러나 첫 조각 때부터 이 원칙은 무너졌다. 민주당은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위장전입 문제가 불거지자 “투기성 목적이 아니었다”며 감쌌다. 음주운전 문제도 이중 잣대 논란이 일었다. 박근혜정부 때인 2016년 8월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음주운전 전력이 불거지자 조국 서울대 교수(현 청와대 민정수석)는 칼럼을 통해 앞장서서 비판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조대엽 안경환 송영무 후보자를 장관으로 지명했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 김영한·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하지만 야당이 조 수석의 국회 출석을 요구하자 “관례에 맞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도 내로남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야당에 유리한 방송법 개정안을 기를 쓰고 막던 한국당은 이제는 원안 처리를 고수하고 있다. 국민 건강을 위해 담뱃세를 올리겠다고 해놓고선 최근에는 서민경제를 거론하며 담뱃세를 내리자고 말을 바꿨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아쉬웠던 인사… 초반 반짝 감동, 부실검증 잇단 도마에

문재인정부의 인사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첫 여성 보훈처장인 피우진 예비역 중령과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 진영에서 활동했던 장하성 정책실장 발탁이 줬던 감동은 오래가지 않았다.

1기 내각에서는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 장관 후보자 3명을 포함해 장관급 후보자 5명이 낙마했다. 마지막 공석이었던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임명되기까지 내각 구성에 195일이 걸렸다. 문재인정부 들어 낙마한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는 총 9명이었다. 청와대는 인사 실패의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했기 때문에 충분한 검증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 국가정보원의 인사 관련 자료를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낙마는 이 두 가지 이유로 설명하기 어렵다. 여러 가지 의혹이 불거졌고, 정부 출범도 1년이 다 돼 가던 시점이었다. 청와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권해석 의뢰라는 초유의 사례까지 만든 다음에야 김 원장을 해임했다.

청와대는 8일 인사검증 사전질문서 보강을 골자로 하는 ‘인사검증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민정수석실 소임의 중요한 일부인 인사검증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향후 지속적으로 제도를 개선하면서 검증 업무에 더욱 철저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우선 ‘미투 운동’과 관련해 후보자가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했는지, 비상장 주식 매입 경위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하도록 했다. 청와대는 인사검증을 위한 정보에 제약이 있어도 현행대로 국정원 자료는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