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中에 간 김정은…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입력 2018-05-08 21:33 수정 2018-05-08 23:59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랴오닝성 다롄의 휴양지 방추이다오에서 대화하고 있다. 지난 3월에도 방중했던 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43일 만에 시 주석을 다시 만나 비핵화 의지와 함께 핵 문제의 단계적 해법을 거듭 강조했다. 신화뉴시스
43일 만에 전격 재방중… 시진핑과 다롄 회담
선제적 비핵화 불가 재확인… 美 대응 주목
이번엔 전용기로… 김여정·김영철 등 수행
北·美회담 앞두고 트럼프 보란듯 밀월 과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북·미 대화를 통해 상호신뢰를 쌓아가며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이는 그동안 북한이 주장해 온 ‘행동 대 행동’ 원칙을 뜻하며, 선제적 비핵화를 원하는 미국의 입장과는 상이한 것이어서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얼마나 간격을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그는 지난 3월 말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에도 ‘단계적 조치’가 북한의 기본 입장임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7∼8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을 전격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갖고 이런 방침을 밝혔다고 신화통신과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은 북한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북 적대시 정책과 안보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가 핵을 보유할 필요가 없다면 비핵화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통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을 추진해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시 주석은 “중국은 한반도의 대화 분위기와 핵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을 지지한다”고 화답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7일 낮 12시쯤 전용기편으로 다롄공항에 도착했으며 다롄의 휴양지 방추이다오에서 정상회담과 만찬을 가진 데 이어 8일 오찬을 한 뒤 오후 4시20분쯤 북한으로 떠났다.

회담에는 중국 측에서 왕후닝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참석했고, 북측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이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이용호 외무상이 배석했다. 시 주석 주최로 열린 만찬에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영부인들은 오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불과 43일 만에 2차 북·중 정상회담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비핵화 수위를 더 높이고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의 영구적 폐기(PVID)까지 요구하는 등 대북 압박을 강화하자 중국과 공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 움직임에 속타는 중국을 끌어들여 대미 협상력을 키우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시 주석은 8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중 회담 내용을 설명했다. 청와대는 중국 측이 다롄 회동 사실을 우리 측에 미리 알려왔다고 밝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조성은 기자 schroh@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