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확정되고도 피해자 고소… ‘철면피’ 강제추행범

입력 2018-05-09 05:01

50대 남성 J씨는 여성 산악회원과 술을 마시며 엉덩이를 만진 혐의(강제추행)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J씨는 재판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3명을 지난해 6월 서울동부지검과 남부지검, 서부지검 3곳에 각각 위증죄로 고소했다. ‘혐의 없음’ 처분이 나오자 항고까지 했다.

3건의 항고사건을 받아든 서울고검은 오히려 J씨의 무고 정황이 짙다고 판단하고 동부지검 등에 재기수사를 명령했다. 3개 검찰청은 J씨가 법정에서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증언한 피해자와 목격자들을 상대로 허위 고소를 남발한 사실을 파악해 3건의 고소 전부를 무고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고검 형사부(부장검사 박순철)는 지난 3개월간 원처분청에서 불기소 처분된 항고사건 중 22건에 대해 무고 혐의를 확인해 15건의 고소인을 기소하고 7건을 수사 중이라고 8일 밝혔다.

서울고검은 지난해 11월 ‘부동산 부지를 담보로 제공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1억원을 교부받아 편취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낸 A씨에 대해서도 대질신문 등을 통해 무고 혐의를 확인하고 불구속 기소했다. 막걸리값 계산 문제로 시비가 붙어 술집 주인을 폭행했지만 오히려 자신이 맞았다며 술집 주인을 고소한 B씨에 대해서도 새로운 목격자의 진술을 확보해 무고 혐의를 입증했다.

C씨는 2013년 11월 교사인 전처가 근무하는 학교를 찾아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갔다”고 소리를 지르고 난동을 부려 징역을 살았다. 교도소에서 출소한 C씨는 지난해 1월 전처를 위증 혐의로 고소했다가 결국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적발된 사례 중에서는 재물손괴죄로 처벌받을 위험에 처하자 다른 사람을 고소했다가 무고죄로 처벌받은 뒤 지난해 5월 위증죄로 또다시 허위 고소한 경우도 있었다. 동거 여성을 집에서 나가게 하기 위해 무고를 일삼고 이를 도와주지 않은 직원들을 해고한 80대 택시회사 대표도 구속 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항고는 고소인의 억울함을 해결하기 위한 구제수단”이라며 “이를 악용해 피고소인에게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주고 국가의 사법기능을 저해한 무고사범을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훈 기자 zobr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