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내 집 마련, 소득 한 푼 안 쓰고 8.8년 모아야 가능

입력 2018-05-08 18:14 수정 2018-05-08 21:58

첫 주택 구입 평균은 6.8년 66% “임대료·대출금 부담”
자가 보유율 61% 사상 최고 집 매입 의향 83%로 상승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자가 보유율을 높이는 것이 최고의 정책과제”라고 강조했다. 주택 보급률은 100%인데 자가 보유율은 절반 수준에 불과한 현 상황을 개선하라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가구주가 된 이후 생애 최초로 주택을 마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8년에 달하고 서울에서 주택을 구입하려면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꼬박 8.8년을 모아야 가능했다. 자가 보유율은 꾸준히 늘었지만 부동산 부채 부담도 동반 상승했다. 10명 중 6명이 임대료와 대출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와 국토연구원이 8일 발표한 지난해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자가 점유율은 전체 가구의 57.7%, 자가 보유율은 61.1%로 실태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최고치였다.

자가 보유율은 자기 집을 소유한 가구 비율, 자가 점유율은 자기 집에 자기가 사는 비율이다. 자가가구의 연소득 대비 주택구입가격 배수인 PIR은 전국 평균 5.6배로 직전 해와 동일했다. 서울의 PIR은 8.8배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국토연구원 강미나 주택토지연구본부장은 “안정적인 주거를 원하는 심리적 요인과 전세가가 자가비용의 70%를 넘어섰고 대출 상품이 많아지는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 집을 꼭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은 2014년 이후 꾸준히 늘어 지난해엔 82.8%나 됐다.

하지만 자가 보유율과 자가 점유율 상승을 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높은 전세가에 주거 안전성을 선호하면서 무리하게 대출해 주택을 구매했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체가구의 66.0%는 임대료와 대출금 상환에 부담을 느꼈다. 주거지원에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도 금융 지원을 꼽았다. 자가가구와 전세가구는 주택 구입자금 대출지원을 각각 46.0%, 32.0%로 1순위에 올렸다. 월세가구는 전세자금 대출 지원(26.6%)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년가구와 신혼부부의 주거복지 개선도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가구의 자가점유율은 19.2%로 대부분 임차가구였다. 임차가구 중에서도 월세비중은 일반가구(60.4%)에 비해 매우 높은 71.1%였다. 월소득 대비 월임대료 비율(RIR)은 18.9%로 일반가구보다 1.9% 포인트 높았다. 신혼부부 역시 자가 점유율은 44.7%로 일반가구에 비해 낮았지만 전·월세가구 중 전세가구의 비중은 67.8%로 일반가구(39.6%)에 비해 높았다.

주거 안정성 지표로 꼽히는 평균 거주기간도 8년이었지만 임차가구는 3.4년에 불과했다. 자가가구의 거주기간은 11.1년이었다. 서울의 평균 거주 기간은 6.5년으로 전국 평균보다 더 떨어졌다.

세종=서윤경 기자, 김유나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