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로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꼭 1년이 된다. 1년 전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식은 아무리 긍정적으로 묘사해도 ‘경축의 자리’라고만 할 수 없었다. 새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와 촛불 정국이라는 격동기가 끝났다는 안도 못지않게 국내외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감이 국민들을 짓눌렀다. 안으로는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추락한 국가권력의 신뢰 회복, 밖으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위안부 문제 등으로 인한 주변국과의 갈등, 북한 핵·미사일 위기 등의 긴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었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와 전문가들의 평가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1년 간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에서 가장 잘한 분야는 대북 정책을 포함한 외교·안보, 가장 잘못한 분야는 경제정책이라는 것이다. 국민과의 소통 강화도 역대 정부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북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 구축이라는 목표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그러나 일촉즉발의 전운까지 감돌던 한반도 정세가 올해 들어 한층 안정된 것은 사실이다. 북한 비핵화의 성공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제재 등 강경노선의 역할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지만 그것이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 점수를 깎아야 할 이유는 될 수 없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에 회의적이었고 대화론자들에게 ‘나이브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광범위하고 치밀하게 수집한 정보와 경험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대북 정책을 시행했다. 미국 등 주변국들을 설득하는 데도 성공했다.
반면 문재인정부의 경제 분야 점수는 낙제점에 가깝다. 전문가의 70% 이상이 이 정부가 가장 잘못한 분야로 경제정책을 꼽고 있다. 실물 경기 측면에서 지난해 3.1% 성장률을 가능하게 했던 수출,건설,투자가 모두 올해 들어 약화되고 있다. 상당수 경제 분석기관들이 3%나 3.1%로 예측했던 올해 성장률을 2%대 후반으로 내리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문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직접 챙기겠다”고 했지만 호전 기미는커녕 ‘일자리 대란’이 현실화할 조짐이 강해지고 있다. 지난 3월 취업자 증가 수(전년 동월비)가 11만명으로 3월 기준으로 8년 만의 최저치였다. 실업자 수도 126만명을 넘어섰다. 제조업은 총체적인 위기라는 경고음이 잇따라 울리고 있다. 조선과 자동차뿐 아니라 철강 기계 등 여타 주력 산업의 생산과 출하가 감소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제조업 생산이 2012년 대비 4.8% 증가했으나 반도체와 전자부품을 제외하면 0.4% 감소한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제조업 가동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70% 초반으로 하락한 것도 심상치 않다.
우선 문 대통령은 경제 분야의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문 대통령 자신이 현재의 고용 위기나 제조업 위기를 경기 사이클 상의 불황 정도로 여긴다면 큰 오산이다. 제조업 위기와 저출산 심화 등 심각한 위기 신호가 잇따르는데도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가설에 목매고 있는 것은 너무 안이하고 위험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저임금 일자리를 감축시키는 ‘최저임금의 역설’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통계가 적지 않은 데도 이를 무시하는 태도다.
노동시간 감축과 정규직 고용 등 친노동 정책이 지속되려면 노동생산성 향상을 통한 기업 수익의 증대가 전제돼야 한다. 이미 중국 제조업이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한국 제조업을 추월하기 시작했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지만,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이라는 단어가 정책당국자들에게서 들리지 않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집권 2년차부터라도 고용안정과 함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동개혁, 구조개혁이라는 말을 자주 강조해야 한다.
[사설] 외교·안보는 선방, 경제는 낙제인 文정부 1년
입력 2018-05-09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