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박·휴가 때 교회카페로 오세요”

입력 2018-05-09 00:01
지난 달 중순 육군 산성군인교회 주일예배 모습. 산성군인교회 제공
한 병사가 대구 칠곡교회에서 환영을 받았다며 조동섭 목사에게 보내온 사진. 산성군인교회 제공
# 전방에 근무하는 이모(22) 상병은 최근 군부대 교회에서 쿠폰 한 장을 받았다. 부대 인근 교회의 카페에서 각종 음료를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쿠폰이었다. 이 상병은 “외박을 나가면 주로 다방이나 PC방에서 놀았는데 이 쿠폰으로 차 마시고 휴식도 취할 수 있을 것 같아 흔쾌히 받았다”고 했다.

# 김모(20) 이병은 교회카페 쿠폰을 이용하면서 믿음을 갖게 됐다. 차와 과자를 공짜로 제공받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 열심히 기도해주고 사랑을 베푸는 교인들이 고마웠다. 김 이병은 “교회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 주는 곳인지 난생 처음 알았다. 힘든 군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교회카페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이 최전방 장병들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인도하고 있다. 쿠폰 배포는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육군 제8191부대 산성군인교회의 ‘교회카페를 활용한 새신자 연결 방안’중 일부다. 슬로건은 “새벽이슬 같은 주의 청년들이 주께 나오는도다(시 110:3)”이다.

이 교회는 휴가 나가는 장병에게 쿠폰을 발행한다. 인근 교회의 카페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이다. 장병은 지역교회를 찾아 음료를 마시고 예배를 드린다. 미리 연락을 받은 지역교회는 장병을 위해 기도하고 환영한다.

쿠폰사역은 이 부대에서 9년째 예배를 인도 중인 조동섭(51) 목사가 시작했다. “2년 전 서울의 한 교회 장로님이 장병들을 위문 오셨어요. 가시면서 쿠폰 몇 장을 놓고 가셨고요. 자신의 교회 1층에 카페가 있는데 휴가 나오는 장병들이 찾아 이용할 수 있도록 나눠주라는 겁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장병의 신앙성장에 안성맞춤이었다. 초신자나 다름없는 진중세례 병사들이 휴가 때, 그것도 황금 같은 휴일에 교회를 찾아 예배드리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자연스레 동네교회를 찾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군선교부를 찾았다. 또 총회 군·경·교정선교부 정책협의회에서 ‘교회카페를 활용한 군선교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카페가 있는 교회 리스트를 만들었다.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했다. 대부분의 교회가 긍정적이었다. 카페는 없지만 교회 앞에 카페를 운영하는 교인이 있으니 보내만 주면 음료와 음식을 제공하고 환영행사를 열겠다는 목회자도 있었다.

“교회카페를 매개체로 교회문턱을 넘도록 시도해 봅니다. 쿠폰을 나눠줬습니다. 새신자 형제에게 많은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형편이 되시면 조그만 선물도 부탁드려봅니다. 귀중한 한 생명이 ○○교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기도하겠습니다.”

조 목사가 지역교회에 보낸 문자다. 조 목사는 휴가 장병에게도 문자를 보낸다. 휴가 잘 보내라는 인사와 함께 지역교회 목회자의 연락처를 적어놓는다.

며칠 전 쿠폰을 사용한 한 병사는 “클리어했습니다”는 문자와 함께 사진 한 장을 전송했다. 지역교회 청년부 담당 목회자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지역교회의 문자도 잇따랐다. 귀한 만남이 이뤄졌다는 인사 겸 보고다. 이 문자를 본 조 목사와 군종병들은 외쳤다. “최고에요.” 한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