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당뇨학회서 이목 집중… 인슐린펌프 66개국에 수출

입력 2018-05-09 21:55
인슐린펌프를 최초로 개발한 최수봉 건국대 의대 명예교수가 ‘우리는 하나님을 믿습니다’란 전도문구 아래에서 신형 인슐린펌프를 소개하고 있다. 수일개발 제공
출석하는 충북 음성 새순교회 앞에서 최수봉 교수(오른쪽 두 번째)와 김식은 담임목사(왼쪽 두 번째)부부가 함께 했다.
제11차 당뇨병치료최신기술학회에 참석한 당뇨환자가 인술린펌프를 개발한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문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정지열
건국대 의대 내분비내과 최수봉(67) 명예교수가 국민일보 주최 제7회 미션어워드 의료부분 수상자로 결정돼 11일 시상식을 갖는다. 최 교수가 직접 개발하고 보완해온 인슐린펌프가 국내외 수많은 당뇨환자들에게 치료의 희망을 심어준 공로가 인정된 것이다. 국민일보는 “최 교수가 세계 유명 당뇨학회 때마다 초청받아 인슐린펌프 관련 논문을 발표하며 한국산 인슐린펌프를 66개국에 수출하는데 기여한 공이 지대해 이 상을 수여한다”고 수상사유를 밝혔다.

세계인슐린펌프학회 회장이기도 한 최 교수는 최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11차 당뇨병치료최신기술학회(ATTD)에서 ‘제1형 당뇨환자들의 저혈당 감소 및 혈당조절 개선효과’를 주제로 한 논문을 발표, 세계 의료계의 관심을 끌었다.

이번 논문은 평균 연령 11세인 20명의 소아당뇨환자를 대상으로 6개월 동안 연구한 결과로 환자군의 평균 당화혈색소가 6.8%에서 6.3%로 낮아졌고 혈당 180㎎/㎗이 넘는 고혈당 분포도 24.7%에서 13.3%로 떨어진 임상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80㎎/㎗ 이하 저혈당 분포는 5.1%에서 3.4%로 개선돼 정상 혈당유지는 물론 고혈당 및 저혈당 예방에 인슐린펌프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인슐린펌프 사용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된 것이다.

이번 ATTD에서 ‘차세대 당뇨치료방법 세션’ 의장을 맡았던 로먼 호보카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인슐린펌프 치료를 이용한 미래 당뇨치료에 대한 연구를 발표한 뒤 최 교수 연구팀과 자신의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이 인슐린펌프 공동개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인공췌장 및 통신 프로토콜 개발의 세계 최고 권위자인 호보카 교수는 인슐린펌프와 연동되는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한 석학이다. 그는 “우리 기술과 한국의 수일개발에서 생산하는 인슐린펌프 기술을 결합시키면 인체와 가장 흡사한 초정밀 인공췌장 개발이 가능하다”고 했다.

아울러 미국에 본부를 둔 세계당뇨병환자연구재단(JDRF) 아론 코왈스키 회장은 지난해 말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당뇨학회에서 최 교수를 만나 “한국산 신형 인슐린펌프가 미국 FDA에 아직 등록돼 있지 않아 많은 미국환자들이 유럽에 가서 제품을 사오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우리 재단에서 FDA 등록비용은 물론 법적,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 빨리 등록신청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처럼 한국산 인슐린펌프가 세계 당뇨인들의 고통을 덜며 치료의 길을 열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슐린펌프 치료가 당뇨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초기일수록 효과가 높아 아무 치료없이 혈당이 정상화 됩니다. 약은 단순히 혈당을 낮춰주지만 인슐린펌프는 인체와 같이 정상적인 인슐린 분비패턴을 맞춰줌으로 음식을 잘 먹어도 되고 무엇보다 췌장의 기능을 회복시켜 원인치료가 된다는 점입니다.”

최 교수는 “요즘도 수많은 당뇨환자들이 이 치료법을 알지 못해 안타깝다”며 “많은 당뇨환자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 인슐린펌프 치료연구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한편 그는 지난달 7일 음성 새순교회 준공예배에서 장로임직을 받았다. 아내(염윤희)도 이날 권사직분을 함께 받아 더 의미가 컸다. 그의 집안은 신앙의 뿌리가 깊다. 집안 어른인 최흥종(1880∼1966) 목사는 나환자를 돌보는 포사이트 선교사의 삶에 감동을 받아 광주지역 최초의 목사가 됐고 이후 나환자 및 빈민구제에 일생을 바쳤다.

“증조부(최영우 장로)로부터 시작된 신앙은 조부(최창동 장로)께서 전남 함평 나산교회를 세우셨고 부친과 저, 아들 그리고 손자까지 6대 신앙인데 저도 부족하지만 이번에 새순교회 건립에 기여할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최 교수와 염윤희 권사의 전적인 헌신으로 준공된 새순교회는 농촌교회가 너무 힘들어 문을 닫으려 하다 그가 우연히 예배에 참석한 것이 계기가 돼 다시 힘을 얻었다. 최 교수 집과 2시간 이상 걸리는 농촌교회지만 출석을 결심했고 교회건축까지 헌신한 것. 2층 470㎡(140평)로 건립된 새순교회는 이번 준공으로 농촌지역 어린이들의 공부방운영과 함께 다문화가정이 많은 지역전도에 큰 힘을 받게 됐다.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늘 환자들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대하고 그들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기회가 생기면 전도도 하고요.”

그는 자신이 일하는 곳에 ‘우리는 하나님을 믿습니다’란 문구를 써붙여 놓는다. 전능하신 하나님을 믿는 크리스천임을 자신 있게 밝히는 것이다.

여러 교회에 다니며 간증 및 건강강좌도 하고 있는 최 박사는 매주 화·수요일 충주 건국대병원에서 진료하고 있다.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치료 사례

“먼 길을 돌아 찾은 진정한 당뇨 치료법”


1996년 3월 갈증이 심해 병원을 찾았더니 상당히 진행된 당뇨라고 했다. 의사는 수치가 450㎎/㎗로 굉장히 높다며 당뇨약을 처방해 줬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약도 빼놓지 않고 잘 먹는데 살은 점점 빠져 몸은 마르고 여전히 갈증이 심했다. 당뇨에 좋다는 약초뿌리며 풀뿌리며 가릴 것 없이 다 먹어도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치료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와 농사를 지었다. 뽕나무 뿌리가 좋다고 해서 포크레인을 동원해 뽕나무를 통째로 뽑기도 했다.

이렇게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했건만 혈당은 제멋대로였다. 결국 당뇨약 양만 더 늘어났다. 거의 한 주먹을 먹어도 혈당은 400을 웃돌았다. 저혈당도 자주 와 이상한 기운이 감지되면 집으로 달려와 꿀물을 마셨다. 몸 상태가 늘 불안했다. “이러다 한순간 어떻게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병원에서 더 이상 약을 늘릴 수 없자 인슐린 주사 처방을 해줬다. 불안해하던 내게 한 선배가 자신이 17년 전 인슐린펌프 치료를 시작해 얼마나 건강이 좋아졌는지 자랑을 해 귀가 번쩍 뜨였다.

생니를 뽑아야 할 위기에서도 인슐린펌프 치료를 시작한 후 더 이상 이가 흔들리지 않아 치아를 살릴 수 있었다고 하는 선배의 설명을 듣고 두 말 없이 인슐린펌프를 착용키로 했다.

인슐린펌프 치료를 위해 2주간 입원하면서 많은 당뇨환자들은 만났다. 그런데 그들 모두가 입을 모아 인슐린펌프 선택을 너무나 잘했다고 이야기했다.

치료를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내 눈이 의심될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다. 나를 22년간 괴롭혔던 혈당, 단 한번도 정상 혈당을 기록해 보지 못했는데 정상 수치가 나온 것이다.

그 선배가 고마우면서도 이 좋은 치료법을 왜 진작 알려주지 않았는지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이후 내가 느끼는 세상은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무엇보다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내가 입원한 2주간 몸무게가 4㎏이나 늘었다. 당뇨환자는 식이요법이 아주 중요해 조심을 하는데 인슐린펌프가 식사량만큼 적당량의 인슐린을 공급해주면 잘 먹어도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이 당연한 것을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것이 문제였다.

주치의 최수봉 교수가 “과식이나 야식, 폭식을 삼가고 적당한 운동을 하면 정상적으로 계속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며 용기를 준다. 인슐린펌프를 이용해도 내가 지킬 것은 지켜야 건강이 잘 유지된다는 사실을 명심했다. 당뇨 초기 환자는 완치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진작 빨리 오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20년 동안 괴롭혔던 소화불량도 사라지고 무엇보다 스트레스와 불안이 없어져 너무나 행복하다. 고통의 내 삶을 구해준 인슐린펌프, 늘 고맙게 생각하며 평생의 친구로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고자 한다. 이 귀한 기기를 개발하고 편리하게 보완해 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정지열/농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