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어디를 가더라도 평화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시민들이 던지는 미소 속에서 ‘평화를 향한 새 봄’이 시작됐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평양을 방문한 국제 기독교기구 대표단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 정상회담 이후 달라진 평양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은 “평양 중심부인 대동문 인근을 지날 때는 교통체증이 있을 정도로 활기찼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얼굴엔 기쁨이 넘쳤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방북단에는 올라프 픽세 트베이트 세계교회협의회(WCC) 총무와 크리스 퍼거슨 세계개혁교회커뮤니온(WCRC) 총무, 피터 프루브 WCC 국제국장 등 6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 초청으로 방북해 평양의 모란봉 초대소에 머물며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북한교회 지도자들을 만났다. 북한도 지난 5일자 노동신문에 이들의 방북 소식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방북단은 판문점 선언 이후 변화된 남북관계와 전 세계의 비핵화, ‘평화 한반도’를 위한 세계교회의 역할 등을 주제로 대화했다. 북한교회 지도자들은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위해 세계교회가 지속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프루브 국장은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위해 전 세계 교회 공동체의 변함없는 지지와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김 상임위원장은 “진정한 평화를 위해 한반도뿐 아니라 전 세계의 비핵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만남에서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없었다. 대북지원 여부를 묻는 질문에 프루브 국장은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그는 “다만 세계교회 차원의 북한 지원은 지금까지 이어진 관례에 따라 앞으로도 이어나갈 예정”이라면서 “이제는 대북 경제 제재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책임이 세계교회에게 맡겨졌다”며 경제 제재 완화를 언급했다.
남북 정상회담 직후 평양을 방문한 이들의 눈에 비친 평양은 과거와 달랐다고 전했다. 세 차례 방북한 경험이 있는 퍼거슨 총무는 “2년 전 평양을 방문했을 때는 당장이라도 미국이 공격할 것이라는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이번엔 달랐다”며 “주일이던 지난 6일 방문한 봉수교회에서도 여성 교인들이 한복을 입고 환대해줬는데 예년에 비해 훨씬 분위기가 따뜻했다”며 분위기를 소개했다.
이날 WCC와 WCRC가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에도 ‘평화를 향한 새로운 봄’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 담겼다. 트베이트 총무는 “지금 평양엔 아름다움 봄이 찾아왔는데 이는 계절상 봄이기도 하면서 남북 국민들의 마음에 깃든 평화의 봄”이라고 했다.
퍼거슨 총무는 “다음 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한반도 에큐메니컬 포럼에는 남북한 교회와 세계교회 대표들이 모인다. 앞으로 이와 같은 대화 채널을 더 강화해야 한다”며 “일방적 지원보다는 대화를 바탕으로 북한과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제 기독교기구 대표단의 이번에 방북은 지난해 9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WCC측에 요청하면서 성사됐다. 당시엔 한반도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있었으나 WCC와 조그련은 지속적으로 일정을 조율했고, 이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평화 무드가 조성되면서 방북이 결정됐다.
장창일 황윤태 기자 jangci@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평양은 평화의 새 봄으로 활짝”
입력 2018-05-09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