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파 문선민, K리그 돌풍 심상찮다

입력 2018-05-09 05:01
공격수 문선민은 2012년부터 5년 동안 스웨덴 리그에서 활약하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K리그1(1부 리그)의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 8일 현재 6골(득점 공동 3위)을 기록한 그는 K리그1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싶다는 꿈을 이뤄 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28일 광양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의 경기에서 슈팅을 날리는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2010년 나이키가 축구 유망주 발굴하려 기획한 ‘더 찬스’ 참가
7만5000명 중 최후 8명에 뽑혀… 스웨덴서 프로 데뷔 5년간 활약
K리그서 제2 찬스 잡아 ‘국대’ 꿈


그는 지난 시즌 K리그에 입성했다. 평범한 신인이 아니었다. 북유럽의 스웨덴에서 5년이나 뛴 경력이 있었다. 3부 리그에서 출발한 그는 1부 리그까지 올라갔다. 그런 그가 2016년 12월 K리그1(1부 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 한국 축구 선수로서 한국 무대에서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공격수 문선민(26)은 K리그 2년차를 맞아 자신의 꿈을 이뤄 가고 있다.

문선민은 8일 현재 K리그1에서 6골(1도움)을 터뜨려 득점 공동 3위에 올라 있다. 국내 선수로는 최고 기록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득점 기회를 못 살린 게 많아 아쉬워요. 이번 시즌엔 공격 포인트 15개를 꼭 올릴 겁니다.”

문선민은 장훈고 시절 청소년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발탁된 유망주였다. 그는 2010년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축구 유망주를 발굴하기 위해 기획한 ‘더 찬스’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전 세계에서 약 7만5000명이 도전한 ‘더 찬스’에서 그는 한국 대표로 뽑혔고, 48개국에서 선발된 100인의 도전자들과 함께 영국에서 훈련했다. 그리고 당당히 최종 8인으로 선발돼 영국 나이키 아카데미에 입단했다.

100명의 유망주 중 최후의 8명을 추천한 사람들 중엔 거스 히딩크 전 한국 대표팀 감독과 아스날의 명장 아르센 벵거 감독도 있었다.

문선민은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아스날에서 뛰던 박주영 선배를 만났는데, ‘힘내라’고 격려해 주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K리그에서 다시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그런데 박 선배는 절 못 알아보시던데요. 하하하….”

문선민은 스웨덴 클럽과 연습경기를 하던 중 스카우트의 눈에 띄어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그가 2012년 1월 입단한 팀은 스웨덴의 외스터순드 FK였다. 그가 스웨덴 3부 리그 소속팀을 선뜻 선택한 이유는 어려운 형편에도 뒷바라지해 주신 부모님께 보답하고 싶어서였다.

2014 시즌 5골 6도움을 기록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문선민은 2015년 7월 1부 리그 소속인 유르고르덴 IF로 임대를 떠났으며, 2016년 1월 완전 이적했다.

문선민에게 스웨덴 생활을 접고 한국에 온 이유를 물어 봤다. “문화가 너무 다르고, 음식도 맞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어요. 결국 향수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또 K리그에서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기도 했고요.”

문선민에게 K리그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그는 K리그 1년차이던 지난 시즌 30경기에 출전해 4골 3도움에 그쳤다. 빠르고 압박이 강한 K리그가 좋았지만 더운 날씨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다. 그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슈팅 훈련에 집중한 결과 인천의 간판 골잡이로 거듭났다.

공교롭게도 스웨덴은 한국의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첫 경기 상대다. 스웨덴에서 잔뼈가 굵은 문선민은 태극전사들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스웨덴 선수들은 피지컬이 좋아요. 키가 크고 체격도 탄탄해 몸싸움을 잘해요. 하지만 발이 느린 단점이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짧은 패스와 빠른 발로 스웨덴의 뒷공간을 파고들면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한국으로 돌아와 두 번째 찬스를 잡은 문선민의 꿈은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다. “스웨덴 친구들이 대표팀에 여럿 있어요. 종종 태극마크를 달고 러시아월드컵에 참가해 스웨덴전에 출전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날이 오겠죠.”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