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직변경 후 사망, 법원 판단은… “업무상 재해”

입력 2018-05-08 05:05

재판 보조→ 경매 맡아 고충… “업무상 재해”

새로운 부서에 배치된 뒤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공무원에 대해 법원이 순직을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함상훈)는 법원공무원이었던 박모씨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순직 인정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2002년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박씨는 2016년 7월 형사재판 업무에서 민사 경매 담당 업무로 보직이 변경됐다. 경매는 민원이 자주 발생하고 스트레스가 심해 법원 직원들이 통상 기피하는 업무다. 박씨는 업무가 바뀐 뒤 우울증과 적응장애 등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수면제를 처방받는 등 심한 정신적 부담을 겪었다. 고충을 토로하던 박씨는 발령 12일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 측은 “박씨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에 이르렀다”며 공단에 순직을 인정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공단 측이 “박씨가 받은 스트레스는 보통의 직장인 입장에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자 소송을 냈다.

법원은 박씨가 업무상 스트레스로 자살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경매 업무를 맡기 전까지 정신적 치료를 받았던 경력이 없다”며 “자신의 기대와 달리 새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자 큰 상실감을 느끼며 자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 경위나 심리적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업무상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발병해 극단적 선택에 이른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양민철 기자

기자→ PD 옮겨 고지혈증 악화… “업무상 재해”

법원이 20년 넘게 기자로 근무하다 PD로 보직이 바뀐 뒤 사망한 방송국 직원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전모(사망 당시 56세)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전씨는 1990년 한 방송사에 입사해 보도직군 기자 및 지방방송국 관리직으로 근무하다 2013년 6월 본사 편성제작국 라디오 편성부 PD로 발령 받았다. 2015년 2월 업무를 준비하던 중 갑자기 구토하면서 기절했고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졌다.

유족은 당시 전씨가 과로와 업무상 스트레스로 사망했다며 유족급여 등 지급을 청구했지만 공단 측은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누적으로 지병인 고지혈증이 급격히 악화돼 갑작스럽게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망과 업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전씨는 PD업무를 맡게 됐을 때 54세로 최신 장비 조작에 미숙해 적응에 상당히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그로 인한 업무실수와 낮은 인사고과 등은 전씨를 더욱 위축시켰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씨는 사망 전 두 달 동안 출퇴근 시간 생방송을 담당하면서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면서 “동료들도 전씨의 업무가 과중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