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릴 정책 추진” 취임 연설… 러시아 90개 도시서 反정부 시위, 야권 운동가 나발니 등 1500명 연행
푸틴 지지율 높고 야권 힘 없지만 길어지는 경기 침체는 불안 요인
‘현대판 차르’ 블라디미르 푸틴(65)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임기 6년의 네 번째 대통령직 임기를 시작했다.
지난 3월 대선에서 승리한 푸틴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제정러시아 시대 차르의 즉위식이 열렸던 모스크바 크렘린궁 안드레옙스키홀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푸틴은 선서 후 연설에서 “러시아 국민의 생활수준을 올릴 일련의 경제 정책을 추진하겠다. 또 삶의 질을 높이고 복지, 안보, 국민 건강을 우선적으로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취임식에는 5000여명이 초대됐다.
연설 후 크렘린궁 성벽 근처에서는 축포가 발사됐다. 푸틴은 실내에서 개최된 취임식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대통령 근위대를 사열했으며 뒤이어 광장에 집결한 1500여명의 지지자들에게 인사한 뒤 취임식장을 떠났다.
1999년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사임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그는 4년 임기 대통령 두 번, 실세 총리 4년, 새 임기를 포함해 6년 임기 대통령 두 번을 합쳐 총 24년간 러시아를 이끌게 됐다. 옛 소련을 31년간 통치한 이오시프 스탈린 전 공산당 서기장에 이어 두 번째 장수 지도자를 예약했다.
하지만 취임식을 이틀 앞둔 5일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 전역의 90개 도시에서 장기 집권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려 1500여명이 연행됐다. AFP통신은 시위대가 “푸틴 없는 러시아” “차르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알렉세이 나발니 등 야권 지도자들이 경찰에 끌려갔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서방 언론은 푸틴의 집권 4기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더는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푸틴의 장기 집권 요인으로는 무엇보다 대안 세력의 부재가 꼽힌다. 2015년 암살된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를 비롯해 그동안 푸틴의 정적들은 일찌감치 제거됐다. 또한 푸틴은 서방의 경제 제재를 대내 정치에 활용해 왔다. 즉 민족주의적 정서와 ‘강한 러시아’에 대한 향수로 국민을 결집시켰다. 덕분에 지난 3월 대선에서는 그의 역대 대선 득표율 중 가장 높은 76.6%를 얻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권위주의적 통치 및 악화된 경제 사정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그의 장기 집권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다. 수출의 80%를 원유에 의존하는 경제는 2012년 푸틴의 3선 이후 국제 저유가 추세로 침체 일로를 걸어왔다. 특히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 이후 서방의 제재가 가해지면서 한층 타격을 받았다.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 취임에 맞춰 러시아가 경제 재건을 위해 서방과의 관계 회복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았다. 특히 푸틴이 자유주의 성향을 띠는 알렉세이 쿠드린 전 재무장관을 재등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쿠드린은 “정치 체제를 민주주의에 가깝게 바꾸고 서방과의 대결을 끝내지 않으면 변화를 이뤄내지 못한다”며 급진적 발언을 자주 해왔다. FT는 쿠드린이 ‘국제 경제협력을 위한 대통령 대행’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2000∼2011년 재무장관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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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차르 물러나라”… ‘푸틴 4기’ 어수선한 개막
입력 2018-05-08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