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크리켓 영웅’ 칸 차기 총리 될까

입력 2018-05-08 05:05

“경멸이냐 존엄이냐, 우리는 두 길 중 하나를 택해야 합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주요 도시 라호르의 그레이터이벌 공원. ‘국민영웅’ 크리켓 선수 출신 야권 지도자 임란 칸(52·사진)은 빽빽이 모여든 지지자 수만명 앞에서 기세 좋게 외쳤다. 한창 오른 지지율을 과시하면서 오는 7월 총선 유세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였다.

뉴욕타임스는 파키스탄에서 스포츠 영웅으로 떠받들어지는 칸이 7월 총선에서 집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6일 보도했다. 칸은 정부 부패를 비난하는 한편 군부를 등에 업고 반미 구호를 내세우는 등 포퓰리스트적 행보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반면 여권은 군 개혁을 외치던 총리가 부정축재로 파면된 뒤 각료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를 당하는 등 곤경에 빠져 있다. 지난해 8월 집권당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의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는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 파면됐다. 샤리프의 세 자녀가 역외 회사에 돈을 몰래 보유해 온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후 칸은 자신이 소속된 파키스탄정의운동(PTI)의 11개 공약에 부패의 완전한 청산을 포함시키는 등 반부패 정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칸이 기세등등한 건 군부를 등에 업고 있어서다. 파키스탄에서 군부는 수차례 쿠데타로 정권을 뒤엎거나 외교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칸은 미국과 인도, 아프가니스탄에 적대적인 군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또 외교에 군이 영향을 미쳐온 점 역시 주변국의 위협을 고려하면 당연하다고 옹호했다.

반면 샤리프는 2013년 재집권과 동시에 외교 정책을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하던 군부의 영향력을 줄이는 등 군과 대립해 왔다. 샤리프는 자신의 부패 혐의가 군부의 음모이며 자신을 파면한 사법부와 군부가 긴밀하게 협조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아산 이크발 내무장관은 6일 북동부 펀자브주에서 총선 유세 집회를 하던 중 괴한의 총격에 왼쪽 어깨를 맞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미 CNN방송은 이번 사건이 지난해 11월 있었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반정부 시위와 관련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군은 시위를 배후 조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