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미 간 금리 역전에 따라 미국으로 자금이 빠져나갈 우려가 커지자 안전판 추가 확보에 나선 것이다. 한국이 맺은 통화스와프의 성격도 ‘교역 촉진’에서 ‘금융 안정’으로 옮겨가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총재는 지난 4일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통화스와프는 2001년 7월 20억 달러 규모로 체결된 뒤 700억 달러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2015년 2월 만기를 맞은 뒤 연장되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찾으며 외교관계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2016년 8월 다시 논의를 시작했지만 부산에 있는 일본영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하는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지난해 1월 중단됐다.
통화스와프는 말 그대로 통화를 교환(swap)하는 외환거래다. 미리 약속한 환율에 따라 일정한 시점에 돈을 교환하는 것으로 유동성 확보에 도움을 준다. 통화스와프 체결이 당장 실물경제에 긍정 효과를 주지는 않는다. 다만 금융위기 등에서 안전판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미국이 통화정책을 변경하면서 커지는 금융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다. 미국 유로존 캐나다 일본 영국 스위스의 중앙은행은 통화스와프 네트워크를 꾸려 금융위기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이 맺어온 통화스와프의 성격도 점차 변하고 있다. 2013년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때는 양국의 교역 촉진이 강조됐다. 말레이시아와의 통화스와프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지난해부터 시작된 기축통화 국가와의 통화스와프는 금융 안정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한·일 통화스와프가 다시 맺어지면 한국은 6개 기축통화 국가 가운데 절반과 손을 잡게 된다. 한층 단단한 안전판을 구축하는 셈이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캐나다, 올해 2월 스위스와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특히 캐나다와의 통화스와프는 한도·만기를 따로 정하지 않은 ‘상설 계약’이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2010년 만료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재개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통화 교환성 등을 고려했을 때 일본과의 통화스와프가 글로벌 금융 변동성의 안전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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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한·일 통화스와프’ 왜 갑자기… 美금리인상 ‘안전핀’
입력 2018-05-08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