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엘리엇… “삼성물산 합병에 피해” 정부 상대 소송

입력 2018-05-08 05:05

“박근혜 부당 개입” 주장
문형표 전 장관은 ‘유죄’ 이재용 부회장은 ‘무죄’ 대법원 최종 판단이 변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는 박근혜정부의 부당 개입이 있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이 같은 주장을 바탕으로 최근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소송(ISD) 절차에 돌입했다. 정부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ISD는 외국 투자자가 투자국 정부의 정책으로 손해를 입었을 경우 해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제도다. 엘리엇은 그해 6월 2일 기준 삼성물산 지분 4.95%를 갖고 있었다.

엘리엇은 ISD 제기 근거로 국정농단 재판 결과를 내세우고 있다. 엘리엇은 지난 2일 발표문에서 “삼성물산 합병을 둘러싼 스캔들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형사 소추됐고, 한국 법원에서는 삼성그룹 고위 임원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재판에 넘겨져 유죄가 선고됐다”고 했다. 합병 과정에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이 법원 판결로 인정되고 있지 않느냐는 취지다.

그러나 삼성물산 합병 문제에 대한 판단은 하급심 재판마다 조금씩 다르다. 현재까지 대법원에서 확정된 결론은 없다.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압박했다는 혐의를 받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은 2심까지 유죄를 선고받았다. 특히 이들의 2심 재판부는 청와대의 개입 혐의도 인정된다고 봤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부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재판부는 이들이 삼성물산 합병에 부당하게 관여했다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독대 자리에서 합병 문제를 놓고 부정한 청탁을 주고받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최소한 법적으로는 두 사람 사이 ‘부당 거래’ 사실은 없었던 셈이 된다. 삼성물산 합병이 부당하다는 민사재판도 제기됐지만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는 “합병 비율이 주주에게 불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 전 장관 등의 유죄 판결은 엘리엇에,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무죄 판결 등은 정부에 유리한 셈이다. 엘리엇 측과 정부는 이러한 하급심 판단이 대법원에서 최종 정리되면 이를 바탕으로 각각의 논리를 점검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중재·제소 절차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문 전 장관은 오는 15일 석방된다. 대법원 2부는 구속기간 만료를 앞둔 문 전 장관에 대해 구속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7일 밝혔다. 문 전 장관은 지난해 1월 16일 구속기소된 후 1년4개월 만에 석방돼 불구속 재판을 받게 됐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