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폭행 사건’으로 모처럼 뭉치는 한국당

입력 2018-05-08 05:01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기 위해 단상으로 걸어가고 있다. 단식 닷새째인 김 원내대표는 지난 5일 한 남성으로부터 폭행당해 목에 보호대를 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최악 정치 테러” 한목소리… 의원들, 동조 릴레이 단식
지도부 비판·강길부 탈당 잇단 악재 잠시 물밑으로
보수층 결집할지는 미지수


자유한국당이 김성태 원내대표 폭행 사건을 계기로 뭉치고 있다. 한국당은 이번 사건을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테러” “최악의 정치 테러”로 규정하며 단식 도중 기습 폭행을 당한 김 원내대표에 대한 동조 단식에 나섰다. 최근 홍준표 대표의 남북 정상회담 관련 발언을 둘러싼 내홍과 강길부 의원 탈당 등 잇따른 악재는 잠시 물밑으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김 원내대표는 7일 오후 국회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었다. 닷새째 단식을 이어온 김 원내대표는 폭행 사건 여파로 목에 보호대를 한 채 마이크를 잡았다. 의총장 여기저기서 박수가 쏟아졌다. 김 원내대표는 “밤을 새워가며 동조 단식 투쟁을 해준 여러분의 뜨거운 동지애 덕분에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 많지만 잘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정치 테러, 철저히 규명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한국당 의원들은 폭행 사건이 벌어진 5일부터 김 원내대표가 단식 투쟁을 해온 국회 본청 앞에 따로 천막을 치고 24시간 릴레이 단식을 하고 있다. 비례대표 의원과 경기도 지역구 의원 등 30여명이 연휴 기간에도 단식에 동참했다.

한동안 공개 행보를 자제해 왔던 이완구 전 총리도 국회를 찾았다. 이 전 총리는 “지금 상황에서 야권에는 통합, 우리 당에는 화합, 여권에는 협치를 주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당 한 재선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목숨까지 걸고 단식에 나섰는데 이 상황에서 어떻게 다른 목소리를 내겠느냐”고 했다. 최근 며칠 새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선 지도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당내에선 이번 사건이 2006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커터칼 피습 사건처럼 보수층 결집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당시 박 대표는 서울 유세 도중 지모씨의 공격으로 오른쪽 얼굴에 10㎝가량의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박 대표가 병문안 온 측근에게 “대전은요?”라고 선거 판세를 물었다는 얘기가 알려지면서 보수층이 결집했고, 한나라당은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2곳을 휩쓸었다.

하지만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워낙 높은 만큼 김 원내대표 피습 사건이 선거 판세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애초 김 원내대표의 단식 투쟁이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지 못했고, 폭행 사건도 국민적 분노나 동정심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는 것 같다”면서 “한국당이 대여 투쟁을 가속화한다 해도 지금 분위기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당 일각에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경 투쟁 일변도는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페이스북 글에서 “민생경제가 어렵다.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