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상 실패한 美·中… ‘하나의 중국’ 이슈로 설전

입력 2018-05-08 05:05

무역 협상에서 합의에 실패한 미국과 중국이 대만 등을 둘러싼 ‘하나의 중국’ 문제로 다시 충돌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 항공사 등 36개 외국 항공사에 공문을 보내 대만과 홍콩, 마카오를 중국과 별개 국가처럼 표기한 것을 수정하라고 요구하자 미국이 반발하면서 거친 설전이 벌어진 것이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미국 백악관의 반발에 대해 “미국 측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세상에 ‘하나의 중국’밖에 없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홍콩과 마카오, 대만은 결코 뗄 수 없는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라며 “중국에서 영업하는 외국기업은 중국의 주권과 영토, 법률 및 중국 인민의 민족 감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중국의 표기 수정 요구를 ‘오웰리언(Orwellian·전체주의적인) 난센스’라고 규정하며 “중국의 검열과 ‘정치적 수정’을 미국에도 적용하려는 시도는 전 세계의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국 민항총국(CAAC)은 지난달 25일 미국 항공사를 비롯한 외국 항공사들에 공문을 보내 홈페이지 및 홍보자료에서 문제의 표현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대만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묶여 있고, 홍콩과 마카오는 중국의 특별행정구역으로 돼 있지만 상당수 항공사는 고객들의 인식을 이유로 중국 본토와 다른 지역으로 분류해 왔다.

‘하나의 중국’을 둘러싼 설전은 최근 양국 무역대표단이 베이징에서 무역 갈등과 관련해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 도출에 실패한 직후 불거져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과 중국은 최근 중국의 대만해협 군사훈련과 대만에 대한 미국의 첨단무기 판매 방침, 대만여행법 서명 등으로 계속 충돌해 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