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보조→ 경매 맡아 고충… “업무상 재해”

입력 2018-05-07 18:28
사진=뉴시스

새로운 부서에 배치된 뒤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공무원에 대해 법원이 순직을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함상훈)는 법원공무원이었던 박모씨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순직 인정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2002년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박씨는 2016년 7월 형사재판 업무에서 민사 경매 담당 업무로 보직이 변경됐다. 경매는 민원이 자주 발생하고 스트레스가 심해 법원 직원들이 통상 기피하는 업무다. 박씨는 업무가 바뀐 뒤 우울증과 적응장애 등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수면제를 처방받는 등 심한 정신적 부담을 겪었다. 고충을 토로하던 박씨는 발령 12일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 측은 “박씨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에 이르렀다”며 공단에 순직을 인정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공단 측이 “박씨가 받은 스트레스는 보통의 직장인 입장에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자 소송을 냈다.

법원은 박씨가 업무상 스트레스로 자살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경매 업무를 맡기 전까지 정신적 치료를 받았던 경력이 없다”며 “자신의 기대와 달리 새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자 큰 상실감을 느끼며 자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 경위나 심리적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업무상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발병해 극단적 선택에 이른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양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