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합의 구하자”… 英·獨·佛의 트럼프 설득 작전

입력 2018-05-08 05:05

미국의 핵협정 재평가 4일 앞으로… 마크롱·메르켈 이어 英 외무 방미
합의 파기 우려에 국제유가 급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핵협정 준수 여부를 평가하기로 한 날짜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의 핵협정 탈퇴를 막기 위한 유럽 정상들의 발걸음이 분주한 가운데 핵협정 개정 문제를 두고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이어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트럼프 행정부의 핵협정 탈퇴를 만류하기 위해 6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했다.

존슨 장관은 방미에 맞춰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가장 현명한 길은 수갑을 부수기보다 고치는 일”이라면서 “핵협정은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막는 데 최선의 틀”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2015년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와 함께 핵협정을 타결한 뒤 ‘코커-카딘(Corker-Cardin)’법을 제정했다. 90일마다 이란의 핵협정 준수 여부를 평가해 미 의회가 이란에 대한 제재 면제 연장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2일까지 핵협정 내용이 수정되지 않으면 이란에 대한 제재 유예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핵협정에 따르면 이란의 우라늄 농축은 2030년까지만 금지되지만 미국은 이 ‘일몰 조항’을 없앨 것을 요구해 왔다. 더불어 탄도미사일 개발 제한도 강화하고 핵협정에 명시된 시설 외에 이란 전역에 대한 핵사찰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스라엘이 이달 초 “이란이 비밀리에 핵을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해 이란과 미국 간 갈등은 악화됐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이 핵협정 탈퇴를 선택한다면 그 결정이 미국에 역사적인 후회를 불러올 것임을 곧 깨닫게 될 것”이라며 비난했다.

미국의 핵협정 파기 가능성에 국제사회의 경제·안보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방송 알아라비야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전면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제유가도 급등해 이날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70달러, 브렌트유는 배럴당 75달러를 돌파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