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중 통상담판 실패… 더 커진 수출 불확실성

입력 2018-05-07 18:09
중국 베이징에서 지난 3∼4일 열린 미·중 간 고위급 통상 담판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그동안 미·중의 ‘말 폭탄’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실제 대화 테이블에 앉으면 통상전쟁을 회피할 것이라는 희망이 사라진 것이다. 미국은 예상을 뛰어넘는 강경책을 폈다. 미국은 연간 3370억 달러에 이르는 미·중 무역적자 폭을 2020년까지 최소 2000억 달러(약 215조원) 줄이고 미국의 무역 조치에 대해 중국이 보복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첨단 제조업 육성 계획인 ‘중국제조 2025’에 따른 각종 보조금 지급을 중지할 것을 중국 측에 요구했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내에서 시장경제지위(MES)를 인정해 달라고 미국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MES를 부여받으면 미국이 불공정 무역 행위 등을 이유로 제소하기 어려워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사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을 만나지 않았다는 것만 봐도 악화된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번 협상 결렬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 협상 전략의 일부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때처럼 협상 시작 때 높은 가격표를 던져 압박한 다음 차츰 요구 수준을 낮추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관련 기업들이 미 행정부의 압박에 반대했지만 이번에는 미 산업계가 대중 강경책을 지지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대중 강경 조치에 찬성하는 데는 제조업과 IT, 금융업 등 업종 차이가 별로 없다. 미 무역대표부(USTR) 보고서나 트럼프 대통령 등의 발언을 볼 때 미국이 단순히 무역적자를 줄이는 선에서 중국과 타협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번 협상 결렬이 관세 보복 조치 실행 등으로 이어지면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중간재 수출 비중은 66.2%로 일본, 중국, 독일,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주요 수출시장 간에 무역분쟁이 발생하면 중간재 수출 위주의 한국 경제에 큰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한국의 대중국 수출 중 중간재 비중이 78.9%(1121억 달러·2017년)에 달한다. 생산과 투자 등 실물경기가 빠르게 식고 있는 가운데 수출 환경마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