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기력한 국회, 여당 정치력이 문제다

입력 2018-05-07 18:10
‘드루킹 특검’ 도입 문제에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폭행 사건이라는 돌발 변수로 인해 국회 공전이 지속되고 있다. 여야는 7일 국회 정상화 협상을 재개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특검에 반대하던 민주당이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혔으나 한국당은 국회 본회의에서의 ‘선(先) 특검 처리’를, 민주당은 특검과 추경안의 ‘동시’ 처리를 각각 주장해 결렬된 것이다. 특검 명칭과 특검 추천권 및 거부권을 둘러싼 이견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무기력한 국회, 식물국회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여기에는 여당 책임이 크다. 드루킹 특검과 관련해 민주당은 종전까지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해 정국 경색을 심화시켰다. 특검 도입 여론이 비등하고, 드루킹과의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특검보다 더한 조사도 받겠다고 공언해서인지 조건부 수용으로 한발 물러섰으나 국회에서의 특검법안 처리 방식을 놓고 다시 야당과 충돌했다. 여당의 정치력 수준이 실망스럽고, 나아가 꽉 막힌 정국을 풀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김 원내대표 폭행 사건에 대한 태도도 여당답지 못했다. 국회에서 백주대낮에, 제1야당 원내대표가 폭행을 당한 건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의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만행이다. 민주당도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한국당 투쟁 방식이 국민적 정서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 또는 “김 원내대표가 어리석은 몽니를 부리는 것 같다”는 등의 발언은 부적절했다. 진정으로 국정 운영의 한 축이자 협상 파트너로 인정한다면 이런 식의 비난은 온당치 않다. 한국당이 설사 이번 사건을 정략적으로 다루려 해도 여당은 맏형다운 자세를 취했어야 했다. 원만한 국정 운영을 위해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사안이 산적해 있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처리가 불가능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여당은 야당을 포용하고 설득하는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