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 등 신성장 산업 분야 중장기 협력 방안 논의
샤오미 매장 깜짝 방문… 삼성폰 부진 타개 위해 시장 분위기 점검한 듯
중국을 방문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화웨이, 샤오미, BBK 등 중국의 전자·IT업체 대표와 잇따라 면담했다. 반도체 부품 공급 다변화 등 중장기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중국을 방문 중인 이 부회장은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 비보(VIVO)의 모기업인 BBK의 션웨이 최고경영자(CEO)와 연쇄 회동을 가졌다. 모두 삼성전자의 부품 사업부문 주요 고객사면서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업체들이다.
이 부회장은 이 업체들이 자율주행이나 드론 등 기술 분야에서 어떤 반도체 부품을 원하는지 수요를 파악하는 등 중장기 협력 관계를 모색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전장·부품 등 신성장 산업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국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모바일 업체들이 앞으로 필요한 반도체 부품에 대한 제안을 하고 이 부회장은 이를 통해 새로운 공급 기회를 모색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출장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DS(부품) 부문장(사장)을 비롯한 반도체 담당 CEO들과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동행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중국 IT업계 CEO들과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 관련 의견을 나눴을 것으로 추정된다. 차세대 반도체 사업 전략 구상과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행보라는 의미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2일 중국 광둥성 선전에 도착해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의 왕추안푸 회장과 만났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경영진은 선전의 전자기기 매장을 ‘깜짝’ 방문했다. 현지 언론과 웨이보 등은 이 부회장이 샤오미와 삼성전자 스마트폰 매장을 방문한 사실을 사진과 함께 전했다. 사진을 보면 이 부회장은 샤오미의 ‘미 믹스 2S’ 스마트폰을 직접 만지면서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다. 샤오미가 삼성전자와 애플을 겨냥해 출시한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다.
이 부회장의 중국 매장 방문은 시장 조사 성격이 짙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지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가 중국 업체와 미국 애플에 밀려 부진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0.8%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 부회장의 현지 매장 방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시각도 있다. 단순히 시장 분위기를 점검하려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3∼4월에는 16일간 유럽·캐나다 등을 방문해 글로벌 행보를 재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지난해 구속수감 이후 1년간 사업 활동을 하지 못했다”면서 “활발한 해외 출장은 글로벌 사업 파트너와 만나며 인맥을 재정비하고 인재를 영입하는 등 공백기를 만회하려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중국 간 이재용, 반도체 부품 공급 다변화 모색
입력 2018-05-05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