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분간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기로 했다. ‘위장평화 쇼’ 등 정상회담 비판 발언들이 6·13 지방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당 안팎의 지적 때문이다. 대신 한국당은 ‘드루킹 특검’ 도입에 당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홍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단 우리 당은 남북 관계 진전 현황을 지켜보겠다”며 “향후 남북 관계와 북·미 정상회담 진행 상황을 주시한 뒤 종합적으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며 정상회담 비판을 이어가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셈이다. 남경필 경기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 등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위장평화 쇼’ ‘김정은과 주사파의 숨은 합의’라는 홍 대표의 발언을 “너무 나갔다”며 비판해 왔다. 국민 여론이 남북 정상회담에 호의적이라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홍 대표는 충북과 강원에서 열린 지방선거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해 “정상회담은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며 “선거를 좌우하는 것은 남북관계가 아니라 민생”이라고 주장했다. 민중당 지지자들은 청주와 횡성에서 각각 개최된 충북과 강원 필승결의대회 행사장 앞에서 홍 대표의 ‘빨갱이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국당은 드루킹 특검을 관철하기 위한 투쟁 수위를 높였다. 이틀째 단식 농성을 이어간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가진 긴급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특검을 거부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규정했다. 이날 김 원내대표의 단식 농성장에는 피자가 배달되기도 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악의적으로 누군가가 피자를 배달시킨 것 같다”며 “김 원내대표에게 악성문자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여야의 ‘강 대 강’ 대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여야 4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특검 수용 등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정 의장은 8일 오후 2시에 본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의 입장이 조속히 정리되지 않으면 특단의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문동성 신재희 기자 theMoon@kmib.co.kr
“남북 관계 지켜보겠다”… 홍준표 ‘자제 모드’
입력 2018-05-0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