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금감원장에 윤석헌… “늑대 피하려다 호랑이 만나”

입력 2018-05-05 05:03

대표적인 개혁 성향의 경제학자 윤석헌(70·사진)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이 신임 금융감독원장에 임명됐다. 금융 개혁이 힘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에 재계와 금융권 모두 긴장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늑대(김기식 전 금감원장)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격”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하지만 산적한 현안이 만만치 않다. 당장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을 어떻게 정리할지가 신임 원장의 첫 번째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윤 위원장에 대한 금감원장 임명 제청안을 결재했다. 윤 원장은 한국금융학회장과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등을 역임했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자문역을 지냈고, 현 정부의 금융 개혁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는 경기고 동문이다.

현 정부 들어선 금융위원장 직속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와 노동이사제 도입 등 다양한 개혁안을 정부에 권고했었다. 특히 금융 당국 내부에선 윤 원장이 ‘금융위 조직을 정책과 감독 기능에 따라 분리해야 한다’며 금융위 해체까지 거론해 온 점을 볼 때, 금융감독 체제 개편을 놓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갈등관계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윤 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금융위는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곳이고 금감원은 감독을 하는 곳이니까 서로 조화롭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원장 인사는 금융 혁신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7개월간 2명의 비관료 출신 금감원장이 연달아 사임하는 ‘인사 실패’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학자 출신 인물을 금감원장 자리에 앉혔기 때문이다. 첫 민간 출신 금감원장이었던 최흥식 전 원장은 은행 채용비리 논란에, 뒤이어 임명된 김 전 원장도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출장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사임했다.

수장을 새로 맞은 금감원은 감독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등 개혁 정책을 이어가고 금융감독 기관으로서 위신을 다시 세울 것으로 보인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벌과 관료들은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재벌 저격수’로 불렸던 김 전 원장보다 윤 교수가 더욱 강도 높은 금융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본 것이다.

금융업계와 재계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삼성의 경우 유령주식 사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 문제 등 금융 당국과 마주할 이슈들이 쌓여 있다. 윤 원장은 ‘최근 금감원에서 삼성을 많이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질문에 “금융과 관련된 부분이라면 금감원이 당연히 봐야하는 것”이라며 “부족한 부분은 공부해서 감독을 더 잘 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당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논란이 가장 큰 이슈다. 금감원은 지난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분식회계 잠정 결론을 사전 통지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회사와 투자자들은 “분식회계라고 확정된 것도 아닌데 관련 사실을 외부에 알려 주가가 폭락했다”며 소송 제기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큰 사안인 만큼 금감원에서 지난달 25일 조치 사전통지 사실을 외부에 알리겠다고 했을 때 금융위 측이 우려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금감원이 ‘미공개 정보 이용 발생 위험이 크다’고 판단해 공개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