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무역 담판 실패… 군사적 충돌 조짐도

입력 2018-05-05 05:01

양국 무역대표단 베이징서 이틀간 협상했지만 합의 못해 무역 불균형 해소 의견차 커
中 남중국해 미사일 배치 놓고 미국 “상응한 결과 있을 것”
아프리카 지부티서도 대립


미국과 중국의 무역대표단이 양국 무역갈등과 관련해 3∼4일 베이징에서 협상을 벌였으나 최종 타결을 하는 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양국의 무역전쟁이 다시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양국은 남중국해 미사일 배치 문제와 아프리카 지부티에서의 레이저빔 발사 사건을 놓고 군사적 충돌 조짐도 보이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4일 “류허 중국 부총리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과 무역문제에 관해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며 “양측은 일부 문제에서 비교적 큰 이견이 존재해 계속해서 더 많은 진전을 이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무역 불균형과 첨단기술 유출 논란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통신은 다만 양측이 미국의 대중국 수출 확대, 지식재산권 보호 등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교환했고 일부 영역에서 공동인식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협상에서 미국 대표단이 대중 무역적자를 현재 연간 3750억 달러(약 403조원)에서 2020년까지 최소 2000억 달러(약 215조원)를 축소할 것을 요구하는 문건을 중국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또 중국에 첨단산업 분야 육성 정책인 ‘중국 제조 2025’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지식재산권 분쟁에 대해 보복조치를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반면 중국 상무부는 자국 통신회사인 ZTE에 대한 미국의 제재와 관련해 미국 측에 엄정한 교섭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ZTE가 이란과 북한에 제품을 수출했다는 이유로 지난달부터 자국 기업과 ZTE의 거래를 향후 7년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결국 미국과 중국의 경제무역 수장들이 총출동해 기대를 모았던 무역 담판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남에 따라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부과 조치가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양국 무역분쟁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조만간 자국 공공기관에서 스마트폰 등 중국제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검토 중이며, 며칠 내 발표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무역과 함께 미국과 중국은 남중국해와 지부티에서 군사적 충돌 조짐도 보이고 있다. 3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지부티 르모니에 기지에 착륙하려던 화물기 C-130 조종사 2명이 중국의 레이저 빔 공격으로 안구에 경미한 상처를 입었다”고 밝혔다. 조종사들은 레이저빔이 인근 중국군 기지 쪽에서 발사됐다고 보고했다. 미국은 레이저빔 발사가 전쟁행위는 아니지만 비행 안전에 큰 위협이라고 보고 자국 조종사들에게 지부티 상공 비행 시 특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지부티의 미군기지는 중국군 기지에서 불과 12.8㎞ 떨어져 있으며 미군 4000명과 다수 항공기가 주둔하고 있다.

미국은 또 중국이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 인공섬에 순항미사일을 배치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상응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라 허커비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 움직임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중국 측에 직접 우려를 전달했으며, 단기적·장기적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 CNBC 방송은 중국이 지난달 30일 필리핀 서부 난사군도의 인공섬 피어리 크로스 암초, 수비 암초, 미스치프 암초 3곳에 대함 순항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을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