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54개 품목 중 9개, 올 미국 수출 쿼터 소진

입력 2018-05-04 18:12 수정 2018-05-04 21:20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 품목 중 일부 제품은 이미 수입할당(쿼터)을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제품은 올해 더 이상 추가 수출을 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해당 품목이 주력 수출품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제품을 생산한 기업들은 남은 물량을 소진하기 위해 신규 수요처를 물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확장법 232조’ 포고문을 이행하기 위한 세부 통관 절차를 최근 공지했다고 밝혔다.

CBP에 따르면 미국은 54개 철강 품목별로 쿼터 수량을 명시했다. 이중 올해 쿼터를 채운 품목(Quota Filled)은 9개다. 이들 품목은 2015∼2017년 수출량이 적어 쿼터량도 전체 쿼터 물량 중 1.83% 수준인 4만9000t에 불과하다.

올해 한국산 철강제품의 대미(對美) 수출 전체 쿼터량은 2015∼2017년 평균 수출량(383만t)의 70%에 해당하는 268만t이다.

앞서 한·미 양국은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관세부과 조치에서 한국을 면제하기로 했지만 수입할당량을 정하기로 했다. 현재 한국의 철강 쿼터 소진율은 34.6% 수준(1∼4월 수출통관 기준)이다.

할당된 물량 이상 수출한 것은 파일용 강관, 스테인리스 냉연 등 7개다. 일반강 평철, 열간 압연 등 2개 품목은 배정받은 쿼터가 아예 없다.

일단 쿼터 물량은 초과했지만 이미 미국으로 떠난 물량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분기별 철강 수입량을 초과한 제품은 새로운 수요처를 찾아야 한다.

미국 정부는 연간 쿼터와 함께 특정 분기에 연간 쿼터의 3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물량이 특정 기간에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국내 철강업체 간 쿼터 배분기준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라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다.

산업부는 주요 수출 품목인 유정용 강관(OCTG)이나 열간 압연 강판의 쿼터 물량은 많이 남아 있다고 했지만 기업들은 쿼터 제한이 수출 전략을 구상하는 데 제약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