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삼성의 노조 와해 전략에 따른 노조 협상 지연 방안 보고서를 다수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종의 전략 실행 문건으로 검찰은 경총이 사실상 삼성 노조 파괴 공작의 공범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성훈)는 경총이 2013년 말부터 2014년까지 집중 작성한 용역 보고서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문건이 작성된 시기는 경총이 삼성전자서비스를 대리해 노조 단체 협상에 나섰던 기간이다. 검찰은 해당 문건이 삼성 노조 와해 마스터플랜의 세부 전술에 해당하는 보고서라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총은 회원사에 노조 동향이나 정부 정책 또는 제도 변경에 대한 대응 보고서를 작성해 제공한다. 그러나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문건들에는 특정 이슈를 겨냥한 맞춤형 솔루션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보고서에는 상황에 따른 대응 플랜만 3개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정교하게 작성된 셈이다.
검찰이 확보한 문건 중엔 ‘노조 탈진 시나리오’가 담긴 보고서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 결성된 노조는 결집력이 높으니 교섭 과정에서 힘을 뺄 것’ ‘협상 지연으로 자연스럽게 탈퇴 분위기 형성’ 등이 주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총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가 만들어질 무렵인 2013년 7월을 전후해 ‘복수노조가 생길 때 대응 방안’ 같은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는 삼성전자서비스가 경총에 단체 교섭을 위임하기 전이다. 검찰은 삼성 측과 경총이 해당 이슈에 대해 애초부터 함께 대응해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편 검찰이 삼성 노조 와해 공작과 관련해 처음으로 청구한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공작을 직접 수행한 의혹을 받는 삼성전자서비스 윤모 상무 등 3명을 구속해 삼성전자와 미래전략실 등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려던 검찰의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압수수색과 조사를 통해 증거가 거의 완벽하게 확보됐다. 다툼의 여지가 있기 어렵다”며 법원의 판단에 유감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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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삼성 노조 와해 ‘경총이 2중대’
입력 2018-05-03 21:12 수정 2018-05-03 2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