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합병 염두 기업 가치 뻥튀기” 삼성 “합병 뒤 회계 변경”

입력 2018-05-04 05:00
‘에피스’ 관계사로 바꾸면서 기업가치 4.8조로 뛰어
삼성바이오 지분 46% 가진 제일모직, 합병비율산정 유리
당국 “에피스 회계 고의 변경” 합병과정 적법 논란 번질 수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 방식을 바꾼 이유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일련의 작업이 아니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되지만 증권가에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

3일 금융 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본 핵심 이유는 2015년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었는데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의 회계처리 방식을 바꿨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 이후 매년 수백억원대 적자를 냈는데 2015년 갑자기 1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꾸면서 나온 결과다. 에피스는 회계상 기업가치가 3000억원에서 4조8000억원으로 뛰었다.

금감원은 이런 변경에 특별한 근거가 없다고 본다.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좋은 회사로 보이게 하려고 바꾼 게 아니냐는 의심도 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금감원이 1년이나 특별감리를 벌인 점을 감안할 때 고의성을 상당한 수준까지 포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등에서 고의성이 인정될 경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 대한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이번 분식회계는 사실상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의 일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2015년 추진됐었다. 제일모직 주식 1주당 삼성물산 주식 0.35주로 합병됐는데 제일모직이 고평가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보다 제일모직 주식을 많이 갖고 있어서 제일모직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면 이득을 보는 구조다.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46.3%를 갖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키우려고 에피스의 회계처리 기준을 바꾼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이에 대해 강력 부인하고 있다. 합병은 2015년 5월 공시됐고, 당시 주가로 합병비율이 결정된 것이라 시점상 2015년 말에 변경한 회계처리가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회계업계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변경된 시점은 2015년 말이지만 앞서 기업가치를 계산할 때 바뀐 기준으로 했을 수도 있다”며 “결국 금감원이 얼마나 근거자료를 갖고 있느냐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3.47% 떨어진 39만원에 마감했다. 사흘째 하락세다. 향후 회계처리 위반이 확정될 경우 위반액 자본금의 2.5%를 넘어가면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게 된다. 다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진홍국 연구원은 “과거 분식회계에 연루됐던 한국항공우주, 대우조선해양 사례를 봤을 때 실질적으로 상장폐지가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상장폐지될 경우 제약·바이오 업종뿐만 아니라 한국 시장 전체의 디스카운트(할인) 요인으로 확대될 수 있어 충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안규영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