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숭고한 희생, 119 역사에 깊이 새겨질 것”

입력 2018-05-04 05:05
전북 익산시 익산소방서에서 3일 열린 고(故) 강연희 소방경의 영결식에서 남편이 유가족 대표로 헌화하며 오열하고 있다. 강 소방경은 취객을 구조하다 폭행당한 후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뇌출혈로 쓰러져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뉴시스

유족·동료 등 500여명 참석 “아팠던 모든 일 훌훌 털고 좋은 기억만 안고 가길” 오열
정부, 소방관 폭행 엄정 대응 피해 구급대원 지원도 확대


취객을 구조하다 폭행을 당한 후유증으로 한 달 만에 숨을 거둔 고 강연희(51·여) 소방경의 영결식이 3일 전북 익산소방서에서 엄수됐다.

익산소방서장으로 거행된 이날 영결식에는 유족과 조종묵 소방청장, 송하진 전북도지사를 비롯해 소방서 직원과 의무소방대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영전에는 정복과 모자가 놓였고, 옆에는 1계급 특진 추서와 공로장이 세워졌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김봉춘 익산소방서장은 “강연희라는 아름다운 별은 졌지만 숭고한 희생정신은 119 역사에 깊이 새겨질 것”이라고 추모했다. 강 소방경과 함께 근무했던 정은애 인화센터장은 “무겁고 아팠던 모든 일은 훌훌 털어버리고 좋았던 기억과 따뜻한 온기, 아름다운 시간만을 안고 가길 바란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같은 소방관인 남편 최모(52) 소방위는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인 두 아들 앞에서 솟아오르는 눈물을 참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강 소방경은 지난달 2일 익산 원광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40대 취객이 휘두른 손에 머리를 5∼6차례 맞았다. 그는 당시 술 취한 남자가 익산역 앞 도로에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동료와 함께 출동해 구급차로 취객을 이송하던 중이었다. 강 소방경은 사흘 뒤 구토와 어지럼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았고, 지난달 24일 뇌출혈로 쓰러져 수술을 받았지만 지난 1일 숨졌다.

이날 소방청은 강 소방경 사망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구급대원 폭행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전날 장례식장을 찾아 “119 구급대원에 대한 폭행은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법집행을 더욱 엄정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소방청은 구급대원 폭행 발생 시 소방특별사법경찰관리에 의한 신속한 수사를 진행하고 검찰로 송치할 방침이다. 폭행 피해 구급대원에게 진단·진료비 지원,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상담 제공 등 지원을 확대한다. 또 구급대원 폭행을 억제하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모든 구급차에서 CCTV를 가동하고, 구급대원들에게 웨어러블캠을 내년까지 100% 지급할 예정이다.

구급대원 폭행은 해마다 200건 가까이 발생한다. 소방청 집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3년간 구급대원 폭행사건은 564건이나 됐다. 지난해 발생한 176건의 구급대원 폭행 사건 중 92%는 취객(주취자)이 가해자였다. 전치 3주 이상의 부상을 입은 경우도 전체의 8%나 됐다.










김남중 기자, 익산=김용권 기자njkim@kmib.co.kr